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대북 적대적책 포기 등 제반 조건이 충족된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사의 워싱턴 및 미 상원 방문은 부시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최근의 북핵문제 진전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 유엔주재대사, “제반조건 충족되면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
박길연 대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 상원의회 건물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 안보 포럼(Korean Peninsula Peace & Security Forum)‘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북한은 핵위기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절박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번 포럼은 코리아 소사이어티, 한반도 평화촉진위원회, 미주동포전국협회 등이 공동 주최했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잭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국내에서는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등이 참석했다.
박길연 대사는 “우리의 핵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면서도 “불신과 오해가 비핵화를 성취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은 미국에 6자회담 등 모든 기회를 이용해 적대적인 대북 정책을 종식하고,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북한과 관계 정상화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사, “3차회담서 미 내놓은 제안에 주목”**
박 대사는 지난 3차 6자회담에 대해서는 “1, 2차 본 회담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열렸고, 각 참가국이 여러 가지 제안을 내놓고 진지한 논의를 했다”며 “참가국들은 미래의 진전을 위한 공통의 기반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동의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은 1, 2차 회담에서는 대화는 하되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일방적인 요구만을 거듭했다”면서도 이번 3차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에 대해서는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제안 가운데 북한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으로 ▲미국이 대화가 시작된지 9개월만에 처음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은 것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수 없는 핵폐기) 용어 포기 ▲말대말 행동대 행동 이라는 북한 제안 수용 등을 꼽았다.
박 대사는 이어 “동결은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의 첫 번째 조치”임을 인정하고 “동결은 보상과 병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것은 실질적인 보상이 돼야 하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의 제안에 동조했다”며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조치 ▲2백만 킬로와트의 에너지 지원 등을 그 보상으로 제시했다.
***"미 제안서 유감스런 요소도 발견" "여전히 큰 이견 남아있어"**
박 대사는 하지만 “미국의 제안에서 유감스런 요소도 발견했다”며 “그것은 북한을 단계적으로 무장해제하는 로드맵”이라고 비판했다. 즉 “미국의 제안은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먼저 폐기하고 그 다음에 우리의 요구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북한 핵프로그램 폐기의 준비기간을 3개월로 한 것은 과학적, 현실적 타당성도 없고 어떤 참가국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제 3차 6자회담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아직 큰 이견이 남아있고 그것 때문에 양국이 현재의 교착상태를 해결하는데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미국과 북한 양국은 휴전상태에 있으며 기술적으로 아직 전쟁중”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먼저 무장해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정부 들어 워싱턴 처음 방문, “북핵문제 진전 반영” **
이번 포럼에는 박 대사 이외에 한성렬 차석 대사도 함께 참석했는데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차석대사가 함께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인사는 미 국무부로부터 워싱턴 방문허가를 얻어 이번 포럼에 참석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박 대사의 이번 방문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워싱턴을 처음 방문한 것”이라며 “박 대사가 무엇을 말하는 것보다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이목을 끄는 것이고 이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에 최근 진전이 있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미 국무부 관계자도 “박 대사는 부시 취임이후 미 상원 건물을 방문한 최고위 북측 인사”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회담에 참석한 그레그 전 미국 대사도 “북한 관리가 미 상원 건물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베이징 회담에서 진전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박 대사는 이번 포럼에 참석해서는 미국 민주당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을 만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이든 상원의원은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소속으로 민주당 간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바이든 의원은 북핵위기의 근원적 해결에는 부시 행정부와 입장이 같으나 북한과의 직접대화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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