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달사이 서울에서만 최소한 19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범이 잡혔다. 범인은 또 이밖에 인천, 부산 등지에서도 3건의 추가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982년 동네주민 56명을 총기로 살해한 현직경찰 우범곤 사건이래 최악의 연쇄살인으로 기록될 이번 사건은 특히 범행동기가 부유층 및 여성에 대한 적개심으로 알려져 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10개월새 최소한 19명 살해**
허준영 서울경찰청장은 18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부녀자 연쇄살인 용의자인 유영철(34)씨를 검거, 구속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는 부유층 노인 8명을 연쇄살인했고, 올 들어서는 출장마사지 여성 11명을 연쇄살인했다.
유씨는 지난해 9월24일 서울 신사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 침입해 모 대학 명예교수인 이모(73)씨와 부인 이모(68)씨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이어 10월9일에는 서대문구 구기동 주차관리원 고모(61)씨의 단독주택에서 고씨 어머니 강모(85)씨와 부인 이모(60)씨, 아들(35) 등 일가족 3명을 역시 둔기를 이용해 살해했다.
유씨는 같은 해 11월 수십억대 재력가인 최모(71)씨의 강남구 삼성동 단독주택에 침입, 최씨 부인 유모(69)씨를 살해했고, 종로구 혜화동 110여평 규모 2층짜리 단독주택 집주인 김모(87)씨와 파출부 배모(53.여)씨를 살해한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방화까지 했다.
유씨는 올해 들어서는 범행대상을 바꿔, 지난 3~7월 서울지역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 11명을 도심인 신촌 근처의 마포구 노고산동 자신의 원룸 아파트로 불러들여 살해했다.
유씨는 또 이들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피해자 지문을 흉기 등을 이용해 없애고, 전기톱으로 사체를 십여 토막이상 토막낸 뒤 신촌 봉원사와 서강대 뒤편 야산에 암매장하기도 했다.
***불우한 성장과정과 정신질환 병력**
유씨의 엽기적 살인행각은 그의 성장과정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유씨는 서울에서 노동일을 하는 부모 사이에 3남1녀 중 3남으로 태어났으나, 1학년인 14살때 아버지가 지병인 정신분열성 간질로 사망하자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공업고 2학년을 다닌던 중 절도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되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는 21살때인 1991년 마사지 안마사인 황모씨와 결혼해 11살된 아들까지 두었으나 이후 14차례 특수절도 및 성폭력, 사기 등으로 형사입건 되는 등 11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고, 지난 2000년 5월 특수절도 등으로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해 이혼당했다. 지난 1993∼1995년에는 간질 증세로 국립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기록도 있다.
지난해 11월경에는 전화방을 통해 알게 된 김모여인과 교제하다가 청혼을 했으나 '전과자.이혼남'이라는 것이 알려져 거부당하자 올 들어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여인들을 무차별 살해하기에 이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씨가 당초 이혼당한 전처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으나 아들을 생각해 이를 포기하고, 살해 대상을 보도방이나 출장마사지 여성을 택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씨는 출소뒤 교도소 시절 취득한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의 기술을 이용해 경찰 신분증을 위조, 주로 마사지 여성들을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으로 연행하겠다고 겁을 주고 돈을 빼앗아와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 극심**
경찰은 유씨가 이에 앞서 지난해 부유층 노인들을 집중적으로 살해한 것과 관련, "유씨는 기 인생이 이처럼 힘겨운 것은 결국 치부를 하고 있는 부자들 때문이라는 부정적 생각을 갖게 돼, 서울시내 일대 고급 주택가를 골라서 부유층을 살해하겠다는 범행을 계획하게 됐다고 빍혔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길가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부유층 동네의 '1백평 이상의 2층 단독주택'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선정했다.
유씨는 부유층 주택가에서 연쇄살인을 저질렀지만 현장에 있는 수천만원대의 현금과 저금통장, 귀중품 등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 부유층과 사회에 대한 그의 적개감이 얼마나 컸던가를 드러냈다.
***시민의 제보로 체포**
유씨는 시민의 제보로 체포됐다. 경찰은 시민의 제보로 유씨를 체포한 뒤 유씨가 연쇄살인 사실을 자술할 때까지도 유씨가 올 들어 11명의 여성을 연쇄살인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은 14일 "출장 마사지사들이 30대로 추정되는 한 손님의 전화를 받고 나가기면 하면 사라진다"는 모 보도방 업주의 제보를 받고, 유씨 전화를 받고 나간 마사지 여성을 뒤따라 가 15일 새벽 유씨를 폭행혐의로 전격체포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과정에 자신이 "최근 발생한 연쇄살인의 장본인"이라고 진술하면서 살인사건 용의자로 재조사를 받던 중 간질 발작을 일으켰고, 이에 경찰이 수갑을 풀어주고 조사실을 잠시 비운 틈을 이용해 3층 조사실에서 1층으로 뛰어내려 달아났다. 유씨는 그러나 도주 12시간만인 16일 오전 3백여알의 수면제를 구입한 뒤 자살을 하기 위해 영종도로 가려다가 영등포역에서 불심검문 도중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다시 잡힌 유씨는 범행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았고, 이에 17일 봉원사 근처 야산 등에서 현장검증이 이뤄져 토막살해된 여성들의 사체를 무더기로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20분께 서울 경찰청 승합차 편으로 형사들과 함께 봉원사 인근 암매장 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유씨는 봉원사 인근의 반경 20m에 이르는 매장 현장을 손으로 가리켰고, 이곳에서만 7구의 사체가 발견됐다.
***부산, 인천서도 추가범행**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서울지역에서의 19명의 연쇄살인외에 경찰을 사칭해 지난 4월14일 오후 10시께 서울 중구 황학동 도깨비 시장에서 불법복제 CD와 가짜 비아그라를 판매하던 노점상을 단속하겠다고 협박, 이 노점상을 미리 준비한 수갑으로 채워 인천 월미도로 끌고가 살해한 뒤 사체를 바다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유씨는 또 부산 등지에서 2건의 범행을 더 했다고 진술해, 수사결과에 따라 살인사건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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