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한 가운데 무장저항세력에 납치된 필리핀 인질이 “조만간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히고 무장세력도 협상시한을 이달 말까지 다시 연장하는 등 석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그러나 재차 “필리핀 결정에 실망했다”고 비난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필리핀 인질 “아로요 대통령 고맙다. 조만간 집에 돌아갈 것”**
이라크에서 납치된 안젤로 드 라 크루즈는 15일(현지시간)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보내진 비디오테이프에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기다려라. 조만간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석방을 확신하는 모습을 보여 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방영된 테이프에서 크루즈는 필리핀군경병력을 이라크에서 철수키로 결정한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표하고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크루즈는 화면상에서 비교적 건강하게 보였으며 더 이상 이전의 오렌지색 수의를 입고 있지 않고 평상복을 입고 있어, 그가 살해대상에서 제외됐음을 보여줬다. 크루즈는 이전 비디오에서는 피살됐던 고 김선일씨나 미국인 닉 버그처럼 오렌지색 수의를 입고 있었다.
납치저항세력도 이와 함께 <이라크 이슬람군(Islamic Army in Iraq)>이라는 명의로 보낸 메시지에서 “필리핀군이 이달말까지 모두 이라크에서 철수한 후에 크루즈를 석방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석방 교섭시한을 연장했다.
***필리핀 정부, “매우 낙관적”**
필리핀 정부와 언론 및 가족도 석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날 마닐라의 한 TV는 크루즈가 석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확인은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크루즈 석방을 위해 중동으로 급파된 필리핀 중동 특사 로이 시마투도 바그다드에서 GMA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크루즈 석방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매우 중대한 고비이므로 말한 내용이 잘못 보도되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급파된 노베르도 곤잘레스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도 “필리핀은 무장세력의 요구에 따라 필리핀군의 8월20일 철군 날짜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철군 방침을 재차 밝힌 뒤 “아로요 대통령은 ‘이러한 것이 필리핀인의 생명을 구한다면 조만간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크루즈 가족들은 석방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가족들은 창에 노란색 리본을 달아 석방을 기다리고 있으며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한 가족은 석방에 대한 물음에 “내가 웃고 있는 것을 보면 모르겠느냐”고 화답했다.
***美 백악관 재차 “필리핀에 실망했다”**
그러나 이날도 필리핀군의 조기철군 방침에 대해 미국은 강하게 비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13, 14일 미 국무부에 이어 15일에는 미 백악관이 나서 필리핀 결정을 비난했다.
스콧 멕클랠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필리핀의 결정은 극단주의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필리핀이 자국군 철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멕클랠런 대변인은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은 없다”며 “우리는 이라크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야만적인 본성을 보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는 이들 테러리스트들과 싸워 이기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며 필리핀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과 필리핀 관계에 손상은 없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은 필리핀과 밀접하게, 많은 문제에 대해 함께 하고 있다”며 부인하면서도 재차 “필리핀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실망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철군을 하려는 다른 국가들이 있다. 이들 국가들에 대한 미국정부의 보복이나 적어도 심리적 보복 등은 없나’라는 잇따른 질문에 대해서는 “철군을 하지 않은 나라들과 이라크 재건을 강조하는 많은 나라들과 국제사회가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날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도 필리핀 정부에 대해 "당신의 적들과 당신의 친구들이 혼란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만들길 바란다"며 필리핀 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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