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최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첨단무기판매와 홍콩 문제 개입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의 전향적인 자세가 보이지 않으면 북핵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협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中, “美 대만에의 무기판매, 중-미관계저해 및 북핵해결 악영향” **
워싱턴포스트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쑨웨이더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3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 부시 행정부의 대만 및 홍콩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이는 중-미 관계 발전을 저해할 것이고 북핵문제 등의 문제와 관련, 중국의 협조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의 주미 중국 대사관이 기자회견을 갖는 것 자체도 드문 일이고 주재국 정부까지 강도 높게 비난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데 이는 미국의 대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한 불만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발언은 대만 문제 해결에 북핵 문제를 중국 정부가 연계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쑨웨이더 대변인은 “중국은 최근 미국의 대만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대만에 첨단무기 판매를 당장 중지하고 미-대만 간 군사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쑨 대변인은 또 “미국은 대만과 공식적인 관계를 중단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중-미간 안정적인 발전과 양안간 평화 안정이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 지도부, 라이스 보좌관 방중 성과에 불만”**
이번 기자회견은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한지 일주일도 채 안돼 나온 것으로 라이스 보좌관의 방중 성과에 중국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라이스 보좌관은 방중 기간 중, 무기판매중지요청을 거부했었다.
쑨 대변인은 물론 지난주 방중했던 라이스 보좌관의 메시지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길 거부했지만 “부시 행정부 태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손상키시고 있다”며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AFP 통신도 이와 관련, “쑨 대변인의 발언은 바로 라이스 보좌관이 장쩌민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 등에게 한 보장 약속에 중국 정부가 만족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대만, 1백82억 달러 첨단무기 미서 구입키로**
한편 이같은 중국 정부의 불만이 표출된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달 2일 대만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1백82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의 첨단 무기를 수입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만 정부 무기구입협상단은 미국 정부와의 협상를 위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스 보좌관은 또 지난 방중기간동안 “미국의 무기 판매는 중국이 대만해협을 향해 배치한 미사일 때문”이라고 중국 정부에 대응했다.
이에 대해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은 “대만 무기 판매가 실제로 진행되면 멍청히 앉아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경고를 하고 “중국 국방비는 미국에 비해 소규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또 이달 들어 지난 1996년 이래로 최대 규모의 연례군사훈련을 대만 해협에서 하고 있어 대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훈련에는 대만을 담당하는 난징 군구 이외에도 광둥 군구와 지난 군구, 수도 베이징 군구의 특수전 부대까지 출동, 10만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있다.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인 이번 군사훈련은 대만 해협 제공권 장악과 대만 상륙작전에 중점이 두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만은 물론 전군이 비상에 들어가고 중국 주요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방안을 공개하며 크게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만 국방부는 또 13일 연례가상전쟁훈련인 ‘한광(漢光) 20’에서 78년 이래 처음으로 고속도로상에서의 전투기 비상훈련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 “홍콩은 중국의 홍콩”**
쑨 대변인은 이날 또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측에 경고했다. 그는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라며 “중국 국민들은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결정권과 능력, 지혜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의 간섭을 비난했다.
그는 또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1997년 이전에 홍콩에선 민주주의가 없었다”며 “그러나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에서는 민주주의가 화장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문제에 중국 정부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의 잇따른 경고성 발언과 홍콩 내부에서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따른 것이다. 라이스 보좌관은 지난 방중에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기본법’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홍콩의 시민의 자유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홍콩에서는 반환 7주년을 기념해 53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중국의 대홍콩정책을 비난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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