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우방국 가운데 하나인 필리핀이 이라크 주둔 자국군의 철수를 시작했다. 미국의 강력한 '조기철군철회' 압박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정부가 자국민 석방을 위해 철군을 시작함으로써 미국의 대이라크전은 실질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필리핀 정부, "이라크 주둔 필리핀군 철수 시작"**
미국 CNN 방송은 14일 "필리핀 정부는 자국민을 납치한 무장저항세력의 요구를 수용하는 의미에서 이라크 주둔 필리핀군의 철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델리아 알버트 필리핀 외교장관은 이날 아침 성명을 통해 "필리핀군은 이미 이라크에서 철수중"이라며 "외교부는 국방부와 필리핀 인도지원군의 철수와 관련해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버트 장관은 또 "철수가 진행되고 있는데 따라 현재는 43명만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납치된 필리핀 트럭운전사 안젤라 데 라 크루즈의 생사여부와 석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필리핀은 51명의 군경병력과 의료 인력을 파견했었다. 이밖에도 필리핀 민간인 4천1백여명은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서 요리사와 청소부, 기술자 등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 노동자의 이라크 파견도 중지한 상태다.
필리핀 트럭운전사를 납치한 무장세력은 당초 지난 8일 "72시간 내에 필리핀군을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납치된 필리핀인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했었으며 10일에는 "7월 20일까지 철수하라"고 재차 경고했었다.
***美 부시 정부 압력 불구 '자국민 보호'위해 철수 결정**
이러한 필리핀 정부의 선택은 미국의 거센 압력에 불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부시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미국에 강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의 결정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압박을 가했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세기스 필리핀 외무차관의 성명발표에 실망했으며 이는 납치단체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바우처 대변인은 또 "필리핀 정부와 계속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해 필리핀 정부에 조기철군방침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했으며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을 찾아가 이같은 미국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터키, 필리핀...", 美 대이라크정책 큰 타격 불가피**
이러한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친미정책'을 기조로 삼고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해온 아로요 필리핀 정부가 '극적인 정책전환'을 함으로써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전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자국군대를 철수시킨 것은 스페인에 이어 두 번째다. 스페인은 지난 3월 발생한 열차테러로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 집권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1천3백명에 이르는 스페인군을 철수시켰다.
또한 지난달 납치됐던 터키 인질 5명도 미군과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따라 석방된 적이 있어 이라크전에 참전한 국가들의, 상황변화에 따른 태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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