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제정된 ‘남북협력기금’이 남북교류협력 발전에 견인차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사업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확충을 위한 방안이 시급”하고 “시대착오적 남북교류협력법제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무 실장, “교류협력 견인차 위해 남북협력기금 확충 시급”**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종무 평화나눔센터 실장은 12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남북교류협력의원모임이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남북협력기금 운용제도,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남북경협사업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서 남북협력기금의 확충을 위한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무 실장은 프레시안과 중앙일보가 공동 후원한 이날 토론회에서 “남북협력기금 운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제는 대북정책에서 ‘대북 퍼주기 논쟁’은 끝났고 ‘어떻게 줄거냐, 어떻게 줘야 잘 주는거냐’와 같이 지원 방법론을 둘러싼 본격적인 정책 대결의 시대로 들어섰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이종무 실장은 ▲인도적 차원에서의 비료와 식량지원 정례화 ▲본격화되고 있는 남북경협 3대 사업 추진비 등으로 남북협력기금의 지출항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남북협력기금의 주요 조성재원인 정부출연금은 감소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에 대해 “이같은 남북협력기금의 수입과 지출의 역전현상을 바로 잡아 남북교류협력 발전에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또 남북협력기금의 안정화를 위해서 “정부예산의 1%를 매년 남북협력기금으로 출연하고 남북협력기금에 적립기능을 부가해 중장기적인 기금 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원방식, ‘물고기 잡는법’으로 전환”,“지원금 20%는 민간통해”**
이종무 실장은 이어 “남북협력기금의 지원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단체들은 1998년부터 ‘물고기를 주는 것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 지원방식을 전환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단순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제는 “정부 차원의 긴급구호성 식량 및 비료 지원을 최소화하고, 민간과의 결합을 통해 정부 지원사업의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유럽연합 산하의 유럽인도지원국의 경우 대북지원금액의 15%를 무조건 유럽 NGO를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NGO 들의 활발한 대북지원활동의 토대가 되고 있다”며 “민간교류협력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춰볼때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 금액의 20%를 민간단체를 통해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도적 대북 지원금액의 20%를 민간단체에 지원하면서 대북 지원의 제도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원기선 통일부 교류협력팀 과장은 “예산 1% 기금 적립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 재정형편과 안보환경을 고려해 안정적 출연을 위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원기선 과장은 그러나 “비료식량중심의 대북지원은 북한의 식량사정과 경제사정을 감안해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라며 “20%를 민간을 통해 대북지원을 하는 방안은 남북협력기금이 크게 늘어난다면 이또한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민관협력구조로 전환해야”**
한편 이종무 실장은 “실사구시의 정신에 따라 현실의 변화를 정책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민간단체들이 정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민관협력구조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는 통일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각 부처 차관으로 구성돼 있고, 실무위원회는 통일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해 각 부처 국장급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만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다루는 사무가 너무 광범위하고 민감한 사안이 있어서 민간에게 전면 개방을 하기가 어렵다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내에 ‘구호개발협력분과’와 ‘경제협력분과’를 둬 민간위원은 해당 분과에만 참여케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1990년에 제정된 남북교류협력법은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었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가 처리해야 할 사안도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히담 이후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남북관계와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감안할 때 비상설 회의체 구조인 현행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체제는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최철영 교수, “현 남북교류협렵법제 ‘시대착오적’”**
이러한 입장은 이날 “남북협력기금과 대북지원시스템의 입법적 전환”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최철영 대구대 법대 교수도 같은 입장이었다.
최철영 교수는 ▲입법적 측면에서 남북교류협력 촉진이라는 입법목적과 규제중심의 법규내용의 불일치 ▲남북교류협력법의 제정 당시 환경과 현재 한반도 환경의 불일치 ▲대북지원사업과 지원시스템의 비대칭적 발전 등을 언급하며 현 남북교류협력법제는 “시대착오적이고 현장의 대북지원사업에 규범적 시스템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한계를 노정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대북지원은 지금까지와 같은 소비적인 단순 물자지원 방식을 벗어나 실제로 북한의 경제구조변화와 경제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 또는 그 보다 더 나아가 공적개발협력으로서 특정 분야에 대한 프로그램지원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날 토론회에서 “그동안의 인도적 지원을 ‘개발을 위한 준비’로 이해하고 이제는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서 포괄적인 경제협력의 활성화를 위한 개발협력이 필요하다”며 “대북 공적개발원조(ODA)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최성 의원, “이미 통일의 길로 가는 엄중한 상황, 준비해야”**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남북기금이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업 자율성을 활성화시킬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며 “남북기금은 국민의 세금이므로 국회에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협력기금에 대한 국회 감사를 강조했다. 또다른 토론자인 길정우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이같은 입장에 동의했다.
박형준 의원은 또 “북한이 얼마나 이런 변화를 실질적으로 원하고 있는가, 변화의 수준이 어느정도 수준인가 등에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북핵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이 되거나 전망이 서지 않으면 남북경협이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수출입은행의 배종렬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기금수요는 올해 수준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내년에는 5천억정도가 있어야 하지만 빠른 시일내 기금 확충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배종렬 선임연구원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등의 조직 개편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를 바꾼다고 효율성이 늘어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 아니다”며 “이득이 60%이상 되지 않으면 바꾸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고 신규조직을 만들면 필요한 행정수요가 늘어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현단계의 남북관계 현실인식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미 통일의 실질적 길로 가고 있고 이를 준비해야할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성 의원은 “한반도에 실질적인 교류협력이 증진됐을 때 준비가 안돼 있다면 이는 비판받을 것”이라며 법적, 제도적 준비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완규 경남대 북한대학원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약 2시간 반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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