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둘러싸고 여권과 갈등을 빚어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를 강조하며 21대 총선을 겨냥해 선거 부정에 대한 엄정한 대비를 당부했다.
윤 총장은 31일 배포한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그간의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관행과 문화를 헌법과 국민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며,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로 중단 없는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인 개혁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며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이어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에 대한 흔들림 없는 수사를 당부한 말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어떤 사사로운 이해관계도, 당장의 유불리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며 "그것이 헌법 정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검찰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특히 "올해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해"라며 "금품선거, 거짓말선거, 공무원의 선거 개입 등 선거범죄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하여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검찰에 맡겨진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약자를 노리는 강력범죄,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신종 경제범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형사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아무리 법절차에 따른 검찰권 행사라 하더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역량을 올바르게 배분하지 못한다면, '과잉수사' 아니면 '부실수사'라는 우를 범하게 된다"며 "항상 비례와 균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했다.
당초 윤 총장의 신년사에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공수처 설치법 통과와 관련한 메시지는 간략히 에둘러 언급하는 데 그쳤다.
윤 총장은 "올해도 검찰 안팎의 여건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이어 "검찰총장으로서 저는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