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추진하던 '초진료 산정 방식 개정'이 결국 좌절됐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논란이 많던 '초진료 산정 방식 개정안'을 29일 오전 부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초진료 산정 방식 개정안' 부결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는 상정된 안 중에서 논란이 많던 '초진료 산정 방식 개정'을 부결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번 부결에는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경실련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의 반발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 등의 반발에 다른 심의위원들이 표결을 통한 최종 결정이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은 것이다.
현재 심의위원회에서 시민단체측 심의위원은 경실련만 남아 있다. 2003년 민주노총과 전농 등이 보건복지부 중심의 운영에 반감을 갖고 탈퇴했기 때문이다.
***'초진료 산정 방식' 논란은 계속돼**
이번 심의위원회에서는 부결로 결정됐지만 '초진료 산정 방식 개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초진료 산정 방식 개정'에는 일부 불합리한 점도 있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지적이다.
한 개원의는 2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예를 들어 이달 1일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이 만약에 손가락이 부러져서 병원을 찾는다면 규정상 재진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 현 실태"라며 "복지부의 초진료 산정 방식 개정은 합리적인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처방 후 30일이 지난 후에는 같은 병명으로 와도 초진으로 취급하게 돼 있다"며 "만약 초진료 상정 방식을 개정할 경우에는 불합리한 측면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최종 처방 후 30일이 지난 후에는 같은 상병이라도 초진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으로 처방을 받은 후, 몇 개월이 지난 다음 같은 병원을 찾으면 다시 초진으로 분류되는 식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창구 사무국장은 다른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국장은 "현재 의료의 추세는 환자에 대해 전체적으로 관리(Total-Care)하는 것"이라며 "이번 복지부 안은 다시 질환별로 세분화하기 때문에 의료 행위의 큰 추세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 일본은 일반적으로 복지부 안대로 초ㆍ재진을 구분하고 있지만, 독일은 구분이 없다"며 "그 나라의 의료 환경에 따라서 합리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초진료 산정 방식'에 일부 불합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이번 복지부 안 뿐만 아니라 초ㆍ재진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사와 환자 또 복지 재정을 동시에 고려한 초ㆍ재진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보 흑자 누가 혜택을 보게 할 것인가?"**
한편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연말 1조5천억원의 흑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 흑자의 혜택을 누구한테 돌릴 것인지에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우석균 정책실장은 "연말에 건강보험 재정의 1조5천억 흑자가 예상된다"며 "이번 갈등의 본질은 그 흑자를 누가 혜택을 보게 할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의사, 국민, 복지 재정 3자 중에서 의사에게 제일 먼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인데 그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창구 국장도 "이번 복지부 안은 진찰료를 높여 의사들에게 보상을 더해주겠다는 것 외에는 공공성을 고려한 측면이 안 보인다"며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석균 실장의 의견에 동감을 표시했다.
***"김화중 장관 스스로 불명예 퇴진 자초해"**
우석균 실장은 "건강보험 흑자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초진료 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초ㆍ재진료를 구분하는 대신 초진료의 가격을 재진료 수준으로 내리는 식으로 환자와 의사 양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우석균 실장은 "이렇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건강보험 흑자분의 사용 용도에 대해 임기 말의 김화중 장관이 특정 이익집단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미리 결정을 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명백히 월권 행위"라고 지적했다.
우석균 실장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 등 사실상 의료개방을 가속화하고, 국민연금 논란 등 각종 복지 실정으로 퇴진 압력을 받아온 김화중 장관이 이번 일로 스스로 불명예 퇴진을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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