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신이다”
2007년 대선정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대선후보가 했던 말이다. 전국을 누비며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MB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정 후보의 자조 섞인 푸념이었다.
경위야 다르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대부분 정당들이 당원 지지와 일반 여론조사의 결과를 합산해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시스템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후보를 점지하는 신의 계시와 다를 바 없다.
특히 경선 통과가 곧 당선으로 낙착되기가 십상인 호남권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의 경우, 여론조사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미 모집이 마감된 권리당원 수를 충분히 확보한 후보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호남권 민주당원들의 후보 선호도는 시민여론을 따라가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원들의 후보 지지율이 여론조사 지지율과 늘 엇비슷한 결과로 도출됐던 그동안의 사례가 그 증거다.
공천을 겨냥한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 군들이 여론조사를 선점하기 위한 SNS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지금 여론 조사중입니다 02 꼭 받아주세요”, “저를 돕는 유일한 방법은 여론조사 전화 받는 일” 등 대부분의 메시지가 이처럼 간절하다.
여론조사 선점 경쟁이 이렇게 치열하다 보니 일부 후보 캠프의 경우 불공정 의혹이 짙게 풍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불공정 의혹의 수순은 잘 알려지지 않은 언론을 끼고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상대 후보의 경력을 위축시키고 자신의 경력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가장 다반사하다. 예비후보로 공식 등록하기 전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각 후보군이 여론조사용으로 제출한 대표경력 사용 규정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공식 후보 등록전에 여론조사에서 기선을 제압해 밴드 웨건 효과를 누리자는 노림수다.
이미 상당수의 선거구에서 조작의혹설이 제기되고 있어 중안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도 하다. 무모한 여론조사가 후보의 향후 행보에 지뢰밭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광주 A 후보 캠프 관계자는 “상대 후보의 경력 장난이 너무 심해 현재 중앙선관위에 이의신청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