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교란 작전의 일환으로 내놓은 '비례한국당' 창당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로 선거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내년 총선 전에 '비례한국당' 같은 위성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대치로 확보해 선거 뒤 합당하겠다는 게 한국당의 시나리오다.
선거제도 개혁의 대의를 무시한 '꼼수' 라는 비판에도 한국당은 아랑곳없다. 제1야당이 반대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 자체가 잘못된 방향이므로 이에 대한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꼼수가 아닌 부당한 선거제도 개악에 대한 합법적 대처 방안"이라며 "민주당이 이제 데드록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내내 내세웠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려니 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줄 것 같고, 접으려니 공수처법을 포기해야 해 진퇴양난일 것"며 이 같이 썼다.
그러면서 그는 "둘 다 통과 못 시키면 문(재인) 정권은 총선을 앞두고 바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며 "야당의 묘수를 봤으니 이제 문 정권의 수를 볼 차례다. 문 대통령이 잠이 안 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위성 정당 창당이 '묘수'인지 논란이 있다. 우선 공직선거법 88조는 다른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금하고 있다. 지역구 투표는 한국당에, 정당투표는 위성 정당에 투표하라고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회로부터 받은 유권해석에 따르면,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선 모든 비례대표 등록을 전면 포기해야 한다. 만약 비례대표 50석 가운데, 30석을 연동형으로, 20석을 현재처럼 병립형으로 나눌 경우, 한국당은 병립형 비례대표 의석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만약 선관위가 '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일체 내지 않으면 비례한국당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선거운동이 가능한 사람은 한국당 지역구 후보자나 지역구 선거운동 관계자가 아닌 간부에 한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 등 주요 간부들은 지역구 후보 등록을 포기해야만 비례한국당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 정당을 창당해 한국당의 입맛대로 조정하려면 한국당 소속 인사들이 당적을 옮겨야 하는 문제도 있다. 위성 정당의 정당지지율이 얼마나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당선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한국당을 떠나 위성 정당 비례대표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지역구 투표는 한국당에, 정당투표는 위성 정당에 하라는 암묵적 메시지가 실효를 거둘지 알 수 없다. 꼼수 논란이 커지며 중도층이 이반해 오히려 총선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 폭망하고 달 타령 부르며 위성 탓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한국당을 비꼬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당을 정상적인 정당으로 여기지 않은지 오래"라며 "묘수? 할 말을 잃는다. 당신들의 수준이 딱 그러하다"고 했다.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 엄포에 반응하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비례한국당 겁나나. 그래서 캡(연동형 상한선) 씌우고 그 난리냐"며 "군소야당(을 향한) 협상용 공포 마케팅을 멈춰 달라"고 윤 원내대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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