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피살된 고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실종되기 직전인 5월말께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e-메일을 연합뉴스가 입수해 공개했다. 독실한 종교인은 고인은 이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이라크에서의 체험에 기초해 "소름끼치는 미군의 만행, 특히 부시와 럼즈펠드, 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 고인의 죽음을 한층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부시의 만행'에 분노하던 그가 '부시의 만행'의 희생물이 됐기 때문이다.
고 김선일씨의 친구 심성대(35)씨가 김씨가 피랍되기 직전인 지난 5월 한달간 고인과 세차례 주고 받은 e-메일에 따르면, 고인은 5월8일(이라크 현지날짜) 심씨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한국인들이 거의 다 떠나가고 교회팀들도 떠나간 요즘 우리 회사직원들 다섯명이서 조촐하게 예배를 3주째 드리고 있다. 나는 설교를 맡고 있고.."라며 근황을 전했다. 김씨는 또 "이제는 정말로 여기에 있기가 싫다. 하루 빨리 한국에 가고싶은데. 빨리 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해다오. 정말로 가고싶다. 정말로...."라고 고국에 대한 향수를 나타냈다.
고인은 5월15일자 e-메일에서 "5월말이나 늦어도 6월초쯤에는 약 20일간의 일정으로 휴가를 갈 예정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휴가를 갖다오면 12월말경 혹은 1월초까지만 일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이어 "휴가 간다고 생각하니깐 조금 들뜬 기분이다. 김치하고 짜장면 그리고 보혜가 해주는 음식들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도착하는 첫날에 바로 찜질방으로 가도록 하자"는 소박한 소망도 담겨있었다.
고인은 또 "성대야, 이곳에서 약자에 대한 마음도 어느 정도 몸으로 체득하게 됐고... 소름끼치는 미군의 만행을 담은 사진도 가지고 갈 꺼다. 결코 나는 미국인 특히 부시와 럼즈펠드, 미군의 만행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 고인이 미국의 만행에 크게 분노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씨는 5월30일자 마지막 e-메일에서는 "요즘은 달력을 더욱더 자주 보게된다. 휴가날짜 때문에...빨리 6월 말이 왔으면 좋겠는데....하여튼 한국가면 니가 원하는 맛난 것은 어떤 것이든지 사줄께. 기대하고 있어라"라고 적혀 있었다.
이메일을 공개한 심성대씨는 "선일이가 죽음이 너무도 안타까워 e-메일 내용을 공개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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