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조4천억원 규모의 공군 고등훈련기(T-50) 사업과정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 마틴사와 T-50 주날개 생산양도 협상을 벌이며 KAI가 록히드사에 지불해야할 권리포기대가 1억1천만달러(1천3백20억원)를 정부에 부당하게 떠넘겼다고 감사원이 공식발표했다.
공군 항공사업단, 국방부 감사관실, 연구개발관실 등도 이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공군 현역 장교를 포함한 7명이 고발조치됐고 9명이 파면 등 징계조치를 받았다.
***감사원 "부패행위 신고 받고 반년간 조사"**
감사원은 18일 오후 <고등훈련기 양산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히며 "록히드사의 T-50 주날개 권리포기 대가 등 1억1천만달러가 정부사업비용으로 부당하게 인정됐다"며 "이 과정에는 KAI뿐만 아니라 공군항공사업단, 국방부 감사관실, 연구개발관실 등도 연루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KAI에서 T-50 주날개 사업권 인수에 따른 보상금 산출근거자료를 조작하여 공군에 사업승인 신청한 사실을 공군에서 알고도 묵인함으로써 KAI가 록히드에 지급할 보상금 7천만 달러를 정부에서 대신 부담하게 되어 재정손실을 초래했다는 부패행위 신고를 받고 지난해 12월8일부터 24일까지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KAI는 록히드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T-50 양산물량의 20%를 생산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받는 협상을 벌이면서 록히드사의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면 1억8천만달러의 사업비용이 절감되는 것처럼 협상결과를 허위작성하여 공군 항공사업단에 제출했다.
KAI는 또 권리인수협상과정에서 록히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8천만달러에 달하는 '하도급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정부 사업비용으로 전가해 정부가 부담하게 할 목적으로 이 비용을 당초 록히드사에 제공해야 할 보상금인 'T-50 체계 개발 투자환수비'인 것처럼 허위로 문서를 작성. 첨부함으로써 주날개 생산 주체 변경건의서를 공군 항공사업단에 제출했다.
록히드사는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된 T-50 개발사업에 13%에 해당하는 2억4천4백80만 달러를 공동투자해 이 사업이 성공함에 따라 투자한 개발비를 국내양산사업과 수출사업에서 각각 50%씩 환급받기로 계약을 맺었었다. 록히드사는 또 당초 투자대가로 국내외 양산물량의 20%를 생산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주날개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KAI, 록히드사와의 협상과정도 부실**
감사원은 부실한 협상 과정도 적발했다.
KAI는 록히드사에서 제시한 주날개 생산단가(3백60만달러)는 KF-16의 주날개 계약단가(75만달러)보다 4.8배나 높아 이를 기준으로 생산단가 인하협상을 계속 진행했어야 하나, 정부의 승인도 받지 않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록히드사는 최종 가격자료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협상 중의 가격을 기초로 산출한 주날개 국내생산에 따른 예산절감 금액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치인 데도, 록히드사 주장한 생산단가인 3백60만달러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면 1억8천만달러가 절감된다고 보고한 것이다.
KAI가 이같은 적발 사항을 저지른 데에는 KAI가 소유하고 있는 창원, 사천 공장의 생산 물량이 현격하게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KAI는 미국 생산 물량을 한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공장을 계속 가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와 관련한 뇌물 수수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항은 적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등 공군항공사업단, 비과세 위해 지불항목 변경 **
감사원은 또 KAI 이외에 공군 항공사업단과 국방부 감사관실, 연구개발관실의 담당자들의 문제점들도 적발했다. 공군 항공사업단 전 단장인 예비역 준장 K씨는 '주날개 권리인수협상을 최종단계까지 진행하면 생산단가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록히드사에 1억1천만달러를 지급하더라도 한국생산이 이루어지면 1억8천만달러의 사업비용이 절감된다는 사유로 KAI의 방안을 국방부 연구개발관실에 보고했다.
또 공군 항공사업단은 권리포기대가에 대한 국내 원천세 3천만달러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 데도 국방부로부터 국내 원천세 면제방안 검토 지시를 받고 KAI에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KAI는 록히드사에 지급하는 보상금 항목을 양산사업의 권리포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비과세 항목인 '마케팅비용(해외시장개척비)'으로 변경 지급하는 세금면제방안을 작성하여 제출했으며, 공군 항공사업단은 이를 국방부에 보고했다.
국방부 연구개발관실 체계개발과장 H씨도 이처럼 국내 원천세 면제대상이 아닌 데도 이를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것과 관련해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는 또 법무관리관실로부터 "록히드사의 권리포기대가는 비정상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할 비용이므로 정부사업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률 검토 회신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권리포기대가를 모두 정부사업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국방부 감사관실 감사3과 과장 K씨도 이와 관련해 혐의자료를 제출받아 조사하고서도 관련업체의 확인서를 근거로 조작혐의가 없는 것으로 감사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든 결과로 인해 감사원은 "KAI가 록히드사에 지급할 T-50 권리포기대가 8천만달러와 이에 대한 세금 3천만 달러가 사업비용으로 부당하게 인정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가운데 1차분 지급분 3천만달러는 이미 송금완료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역공군 영관급장교 등 7명 형사고발**
감사원은 적발내용에 따라 공군현역 영관급 장교 3명을 군검찰에 고발하고 공군 전 항공사업단장인 예비역 준장 K씨와 KAI 대표이사 K씨 등 4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배임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감사원은 또 국방부 연구개발관실 및 감사관실 과장 H씨 등 4명에 대해 파면 등 중징계 요구하고 총 9명에 대한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이밖에 진주세무서에는 이미 송금한 보상금 3천만 달러에 대해 국내 원천세 8백25만 달러를 부과하도록 조치하고 KAI와 국방부 조달본부장가에 체결된 고등훈련기 초도양산 계약중에서 부당하게 인정한 고등훈련기 사업비용 1억1천만달러를 사업비용에서 제외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요구했다.
***국방부, KAI 반발**
하지만 국방부는 "주날개의 국내생산은 1억3천1백60만달러의 비용 절감, 신규인력 고용창출, 수출가격 경쟁률 향상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주날개의 국내생산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는 등 이번 감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KAI도 "현재 계획된 T-50의 납품 예상규모는 94대로 이를 국내생산할 경우 1억3천만달러의 절감효과가 기대된다"며 "계약 수정에 따른 보상비 지불액 8천만달러보다 훨씬 많은 돈이 절약되는만큼 장기 관점에서는 국고손실이 아니라 국고 절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이 T-50 개발 사업은 체계개발사업과 양산사업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며 체계개발사업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되며 총 사업비는 2조1천1백18억원에 달한다. 사업비는 정부 70%, KAI 17%, 록히드사가 13%를 부담했다.
양산사업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이며 총 사업비는 4조 2천7백86억원이며 당초에는 KAI가 80%, 록히드사가 20%를 부담키로 했으나 이번에 적발된 내용에 따라 KAI가 1백% 부담키로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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