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라크 유엔 결의안은 유엔의 이라크내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고 있지만 악화되고 있는 치안상황으로 인해 현 시점에서 유엔의 이라크 복귀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조사위원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와 이라크의 연계성을 재차 주장했다.
***아난 사무총장, “이라크 치안악화로 유엔직원 복귀 힘들어”**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직원들이 이라크로 복귀하기에는 이라크는 여전히 너무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유엔의 조기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엔의 새 이라크 결의안은 ‘유엔이 이라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아난 사무총장은 “이라크 치안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상황은 유엔 직운들의 복귀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며 유엔은 이라크에서 조기에 활동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엔은 지난해 8월 바그다드 소재 유엔본부에 대한 자살차량폭탄공격으로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 멜로 유엔 특사 등 23명이 사망한 뒤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유엔 직원들을 모두 소개한 바 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아난 사무총장 등 유엔은 선뜻 이라크로 들어가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난 사무총장은 이어 유엔 결의안을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가 ‘유엔은 상황이 허락하는 경우에 이라크로 들어갈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은 데 대해 감사하다”며 “우리는 현재 상황을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최악의 6월’. 17일에만 폭탄공격으로 최소 41명 사망 **
아난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라크 임시정부로의 주권이양이 이제 10여일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인데 오히려 치안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3, 14일에도 연달아 자살차량공격이 발생해 최소 28명 이상이 숨진 데 이어 17일에는 더 강력한 폭탄공격이 발생해 최소 41명이 숨지는 등 ‘최악의 6월’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에 발생한 두 건의 폭탄 공격 가운데 처음 발생한 자살차량폭탄공격은 이라크 군 모병소 앞에서 발생한 것으로 35명이 숨지고 1백38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약 1백여명 이상의 이라크군 자원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병소 앞에 대포탄을 적재한 차량 한대가 돌진해 사상자 규모가 컸다. 이곳은 지난 2월에도 폭탄공격이 발생해 47명이 숨진 장소이다.
이날 발생한 두 번째 자살차량폭탄공격은 바그다드 북부에 위치한 예트리브 시의회 건물 앞에서 발생했으며 이라크 민방위군(ICDC) 6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라크 임시정부 국방장관인 하짐 알-살란은 “이라크군을 동원해 저항세력들의 손과 목을 잘라 버리겠다”고 강한 분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검문검색에 나선 이라크군조차도 짐 수색을 할 때 폭탄을 숨겨놓았거나 자살차량폭탄공격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이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부시, “후세인-알카에다 무수히 접촉” **
유엔의 역할 확대를 원하고 있던 미국으로서는 최근의 진행 상황이 난감한 형국이다. 특히 9.11 테러조사위원회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알-카에다의 미국 공격을 지원했다는 아무 증거가 없다”고 발표하고 나서자 더욱 그러한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17일 재차 알-카에다와 이라크와의 연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조사위의 발표로 이라크전 관련 논란이 더욱 확산되자 “사담 후세인은 알-카에다와 무수한 접촉을 가졌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후세인의 테러리스트와의 밀접한 연계 여부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체제를 붕괴시킨 것을 정당화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다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뒤 그러나 “행정부는 9.11 테러가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협력해 기획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후세인과 알-카에다 사이에 무수한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접촉의 증거로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라크 정보요원들과 수단에서 만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특히 이라크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는 “후세인은 다른 테러 조직과도 연계고리를 가지고 있었다”며 “후세인은 알-카에다처럼 미국에 공공연한 적이었고 위협적인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후세인은 아부 니달 팔레스타인 테러조직과도 연계돼 있었으며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에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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