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이양 이후에도 이라크에 주둔키로 결정한 미군 주도 다국적군이 즉시 떠나야 이라크가 더 안전하게 된다.”
이라크인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결과다. 또 92%의 압도적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지난 3월부터 반미 공격을 주도해온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대중 지지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인 55% “미군 즉시 떠나야 이라크 더 안전”, 92% “미군은 점령군”**
이라크 주둔 미군 점령당국(CPA)은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지난 5월14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바그다드, 바스라, 모술, 디와니야, 힐라, 바쿠바 등 이라크의 다양한 계파를 반영하고 있는 6대도시 성인 남녀 1천93명을 면담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미군 점령당국은 이 여론조사 결과를 미국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AP 통신이 이를 입수해 15일 “이번 여론조사는 부시 행정부에 적나라한 반미감정 모습을 전해주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55%는 ‘미군이 즉시 이라크에서 떠난다면 이라크는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월에 ‘미군의 즉시 철군이 이라크 치안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비율은 28%에 불과했으나 넉달 사이에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또 ‘미군이 언제 떠나야 하냐’는 데 관해서는 41%의 응답자가 ‘즉시 떠나야 한다’고 답했고 45%는 ‘미군은 이라크 상시 정부가 수립되자마자 철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92%라는 압도적인 다수의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점령군’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CPA를 신뢰하지 않는다’로 바로 이어져 85%는 ‘CPA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11%만이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연합군의 신뢰도도 10%에 불과했다.
***“모든 미군, 포로 학대 미군과 똑같아”**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4%는 ‘모든 미군들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했던 사진에 나와 있는 미군과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71%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에 충격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받지 않은 이유로 ‘더 최악의 경우도 있고, 미국은 점령군이며 미국은 공정하지 않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해 거의 전체 이라크인의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했다.
또 61%의 이라크인들은 ‘이번 포로 학대로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처벌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서도 52%는 ‘일부만이 처벌 받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알-사드르 대중 지지도 높아져**
여론조사 대상 이라크인 가운데 63%는 또 “이라크 임시정부가 오는 30일 주권을 이양받게 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62%는 “이라크군경이 미군 없이도 치안을 잘 유지할 것”이라고 대답해 향후 이라크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또 지난 3월부터 민병대인 메흐디군을 이끌고 반미 공격을 이끌어온 시아파의 젊은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높은 대중 인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81%는 알-사드르에 대해 ‘3개월 전보다 좀더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답변했으며 64%는 ‘알-사드르 메흐디군의 군사행동으로 이라크는 좀더 단합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알-사드르에 대한 호감도 증대가 알-사드르의 정치적 지지도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알-사드르측은 “내년 총선에 정당을 결성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알-사드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응답비율은 2%에 불과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3%)보다도 낮게 나왔다.
한편 이라크 국민 과반수 이상은 여전히 치안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서 이라크 치안을 여전히 불안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치안문제는 59%, 경제 16%, 기간시설 15% 순으로 나타났다.
***AP “미군에 대반 반감 더 높아져”**
CPA 내에서 이라크인 여론조사를 관장하고 있는 도널드 해밀턴씨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당신이 연합군의 일부로서 여기에 앉아 있다면 그건 정말 불길한 결과”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해밀턴은 또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이라크인들은 미국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렸다”며 “특히 이라크인들을 보호하는 우리 능력에 대해 더욱 믿지않게 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AP 통신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미래 세대는 미국에게 소수의 폭력에 미국이 흔들리지 않고 기준을 지켜준 데 대해 감사해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이라크의 현 세대는 미국이 떠나기를 열망하고 있음을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AP 통신은 또 “알-사드르의 대중적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역으로 미군에 대한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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