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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재벌에게 사모시장까지 허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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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재벌에게 사모시장까지 허용할 것인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에 우려 쏟아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지난 5월11일 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에 대해 "재벌에게 사모투자전문회사(PEF)라는 금융산업까지 지배하도록 허용할 것인가"라면서 강한 경고음을 냈다.

***장하성 "PEF, 재벌이 지배하는 또다른 금융산업될 우려"**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주최로 열린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 사회자로 나선 장 교수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관투자자를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위해 재경부가 입법예고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은 은행산업을 제외하고는 이미 다른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에게 PEF라는 금융산업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거꾸로 이번 개정안이 실시될 경우 PEF가 은행을 소유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위험의 가능성이 적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과거의 경험에 대해 "투자신탁회사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현대투신이나 대한투신이 망하지 않았느냐"면서 "현대투신이 한 때 바이코리아로 자금을 끌어들이며 떠들썩하게 했지만 그렇게 끌어모은 수조원을 투자할 곳도 없었으며 그만한 자금을 운용할 능력도 없었으며 현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독할 능력도 업었던 것이 우리 금융시장의 현실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금융산업의 본질이 '리스크 테이킹'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리스크를 무릅쓴 투자자들에게 자유를 달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장 교수는 현대투신에 대해 참여연대가 경영상황을 조사하고 시장에 줄 충격을 우려해 경영진에게 비공개로 통보했으나 반응이 없어 결국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현투가 망한 예를 소개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에서 사적 리스크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돼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최근의 사례로 LG카드와 삼성카드를 거론했다. 이들 카드사들이 부실에 빠져 시스템 리스크화 됐을 때 정책입안자로서 책임을 지거나 감독당국자로 책임질 사람이 하나도 없이 시장만 망가지고 국민만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전문적 자금 운용능력과 감독기능도 부실한 상황에서 PEF로 인해 또다시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는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전성인, "간접적 방식으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여지 터줘"**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하성 교수의 문제의식을 구체화시킨 것들이었다. 홍 교수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공모가 아니기에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재벌이 은행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위험한 규제완화가 곳곳에 눈에 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간접적인 방식이란 재벌이 PEF 지분을 10%까지 보유해도 PEF가 산업자본으로 간주받지 않게 되는 규제완화 규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재벌이 PEF에 대해 10%가 넘는 상당한 지분을 취득하면 PEF가 산업자본의 지위를 갖지만 이 PEF가 다시 30% 미만의 지분을 갖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면 이번에는 SPCF가 산업자본으로 간주되지 않는 규제완화 규정을 이용하는 수도 있다.

산업자본으로 간주받지 않게 되면은행주식을 특별한 허가 없이 10%까지 소유할 수 있고, 금융감독위원회의 허락을 얻으면 그 이상의 소유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절대 원칙 하에서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주식을 4%까지만 소유가 가능하다는 '4%룰'이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은행법에는 금감위의 승인이 있을 경우 산업자본의 10%까지 보유는 가능하지만 의결권은 어떤 경우라도 4%까지만 행사하도록 엄격히 규정돼 있다.

미국의 경우 은행을 지배하는 모든 회사는 일단 은행지주회사로 정의되고,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허가 없이 은행지주회사가 되는 것은 불법이다.

게다가 PEF는 타인을 위한 지급보증이 허용되고, SPC에게는 아무런 제약없이 차입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재벌이 금융사를 통해 '재벌의 사금고'로 이용하던 행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것이 전 교수의 주장이다.

SPC의 차입은 '차입에 의한 기업인수'(LBO)를 가능하게 한다. 전 교수는 "LBO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사기적 기업가치 이전'으로 실질적으로 금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대주주가 자신의 보유지분을 시장가치보다는 크고 기업의 순가치보다는 작은 가격에 매각하고 SPC가 PEF의 대주주인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자금을 대출받는 대신 인수기업을 담보로 제공하면 '매각되는 기업의 소액주주만 희생되는' LBO가 성립한다. PEF의 대주주인 금융기관은 실질적으로 담보권 행사를 통해 기업을 지배할 수도 있다.

***토론자들, "PEF운용부실, 모럴 해저드 우려"**

주제발표 후 토론에서도 토론참석자들은 대체로 기관투자자로서 PEF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금융시장의 수준과 관련해 PEF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임병철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경부의 개정안은 PEF를 기관투자가화하자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PEF 활성화 기반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경험이 부족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PEF의 운용을 책임지는 무한책임사원(GP)과 유한책임사원(LP)과 신뢰관계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현실적으로 PEF는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바이아웃펀드의 성격을 띤다"면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모럴 해저드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 변호사는 PEF가 자금세탁창구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PEF활성화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큰 기대를 표명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는 "외국 자본들은 이미 PEF로 국내 금융시장에 활발하게 활동하며 큰 수익을 올렸는데, 왜 국내 자본에 대한 규제완화만 백안시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이상한 외국 자본에게 허용된 것을 이상한 국내 자본에게도 허용하자는 논리"라면서 "전면적인 규제완화의 부작용은 별로 우려할 게 못된다"는 최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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