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진통 끝에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제1야당과 합의 없이 통과된 첫 사례다.
이날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하루종일 협상과 결렬을 반복한 끝에 열린 본회의에서 '4+1' 협의체가 수정제안한 예산안은 재석 의원 162인 중 찬성 156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자유한국당은 본회의장에서 거세게 항의했으나 표결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기금운용계획 수정안도 한국당이 표결에 불참한 채 재석 158인 중 찬성 158인으로 의결됐다.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은 정부 원안(513조5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 가량 삭감한 512조2504억 원 규모로, 올해 예산보다 42조7000억 원(9.1%) 가량 증가했다. 정부 원안과 비교해 7조8674억 원이 증액되고 9조749억 원이 감액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단가 인상을 위한 유아교육비 보육료 지원 예산이 2470억 원 증액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은 신규로 1100억 원 반영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고지원 확대에 875억 원, 참전·무공수당 등 인상에 460억 원, 하수관로 등 수질개선 시설 확충에 706억 원의 예산이 각각 증액됐다.
앞서 이인영 민주당·심재철 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간 넘는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갔다.
문 의장은 줄곧 합의를 주문했으나 오후 6시가 넘도록 원내 교섭단체 3당이 예산안 수정을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해 정기국회 안에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한국당을 제외한 채 예산안 처리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4조 원 이상 감액하자는 한국당의 주장과 1조2000억 원 이상 감액은 불가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내내 평행선을 그었다. 오후 6시 경 1조6000억 원 선에서 감액하자는데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4+1 협의체가 마련한 예산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라는 한국당의 공세와 이를 시간끌기 작전으로 판단한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려 최종 타결에는 실패했다.
예산안 표결 강행에 반발한 한국당은 본회의 직전 내년도 예산안을 500조 원 미만으로 잡은 자체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를 대표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에 대한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한국당 수정안은 표결 없이 폐기됐다.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날치기 처리"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그 이상의 실력저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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