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다음달 7일부터 서울에서 제9차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를 개최하고 이와 함께 주한미군 감축 협상도 동시에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용산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함께 주한미군 감축협상이 미국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 발표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됐다.
하지만 용산미군기지 이전문제가 GPR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협상과 상당히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이전비용을 한국이 전액 부담하는 이전 원칙에 대해 벌써부터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외교부, “주한미군 감축협상 다음달 7일 시작”**
김 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31일 외통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양국은 6월 7,8일 양일간 서울에서 제9차 FOTA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번 회의 기간동안 주한미군규모 등 재조정문제 논의도 시작키로 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 협상은 FOTA 회의의 분과개념이 아니라 별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한국은 김 숙 외통부 북미국장과 위성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관, 현재 공석중인 국방부 국제협력관 등 3인의 관계부처 국장들로 구성된 대미협상팀을 구성, 감축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미측에서는 FOTA 수석 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가 감축협상에서도 수석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 국무부 인사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축협상의 주요 의제로는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과 복귀 여부, 이로 인한 주한미군 감축 규모 및 시기, 2사단 기지 이전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간에 감축협상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김 숙 북미국장은 “미측의 GPR 구상이 성안단계이고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감안해 지난주 외교경로를 통해 이번 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재조정문제는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2년 11월 6일 미 페이스 국방차관이 이준 국방장관을 예방했을 때 주한미군 재조정을 위한 한미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하면서 처음 불거졌으며 지난해 6월 4일 FOTA에서 미국 측이 1만2천명 수준의 주한미군 감축을 우리 측에 통보한 바 있다.
김 숙 국장은 회담에 임하는 원칙으로 ▲한미동맹 틀위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연합방위능력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 ▲한반도 경제안보에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4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이번 회담은 1회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 협의할 문제”라며 “이번 회의에서는 미측의 구상을 주로 듣고 파악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FOTA에서는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 논의가 지속된다. 김 숙 국장은 이전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지난주 관계부처 과장급 테스크포스를 만들었으며 한-미 양국간 마지막 이견 해소를 위해 최근 유익한 접촉을 가져 실무급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타결 및 가서명 가능성은 FOTA 회의가 끝나는 날까지 예단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 “주한미군 감축협상, 용산기지 이전협상 연계해야”**
하지만 주한미군 감축협상은 FOTA에서의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맞물리며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FOTA의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주한미군 감축협상을 분리해 진행시킬 방침이지만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이미 이번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의 GPR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도 우리만의 주장이 아니라 미국측의 의도도 분명히 투영된 것이므로 이전비용을 우리가 전액 부담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이에 따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들은 “감축협상과 이전협상은 맞물려 있는 것이며 이전협상은 최소한 감축협상이 완료된 이후에 마무리짓는 것이 온전한 순서”라며 “지금 회담 순서는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의 GPR에 따라 이루어지는 평택의 신설 미군기지는 용산미군기지의 ‘임무와 기능’을 그대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미군의 기능이 기지이전에도 불구하고 대북억지력을 주임무로 한다 하더라도 최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등 미 고위 수뇌부를 통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해외미군 재배치계획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기능은 '동북아기동군'의 역할을 하게 돼 작전범위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여 기능과 임무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기능과 임무가 미국의 의도와 맞물려 바뀌는 상황이고 '동북아기동군'이라는 임무에 따라 평택의 미군기지 시설은 당초 한국이 부담지기로 한 것과는 달리 무한대로 늘어날 우려도 상당히 크다.
이처럼 미군의 임무와 기능이 미군의 필요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고 GPR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과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불가분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자명한데도 우리가 이전을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이전비용을 우리가 전액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논리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시민단체들은 이전 비용을 구체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으면 미군의 성격이 변하면서 늘어나는 미군기지의 막대한 비용을 우리가 질 우려가 크다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아직 개념만 나온 상태이고 구체적인 모습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은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전비용 분담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전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이르지 않았을 때 미국측이 이미 감축문제를 제기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우리는 미군의 감축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협상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협상을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감축협상 공론화 거부 배경에 다양한 해석**
한편 지난해 10월 주한미군 감축협상이 미국의 공론화 요구 거부로 인해 돌연 1년 연기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군 감축 계획은 GPR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 동시에 진행되는 사항이므로 공론화가 되면 미국은 전반적인 진행에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분석으로는 미국으로서는 해당국과 조용한 외교를 통해 구체화한 이후에 미 의회에 보고하려 했는데 공론화로 인해 보도가 되면 미 정부가 의회에 곤란한 입장이 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경에는 감축 문제 이외에도 파병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영향을 미칠수도 있었으며 공론화로 인해 여론의 향배가 어디로 쏠릴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론화는 미 정부에 부담에 될 수밖에 없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0월 이후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통해 주한미군 1만2천명 감축설을 보도하는 등 GPR의 주요 내용과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 등이 흘러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국 정부가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협상 문제까지 불거지면 협상자체가 난항을 겪을 것을 우려해 공론화를 꺼리고 회담을 연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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