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으로 재선 자체가 힘들 정도로 궁지에 몰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포로 학대 진원지인 바그다드 아부 그라이브 포로 수용소를 없애고 현대식 형무소를 짓겠다"며 뒤늦게 불끄기에 나섰다. 아울러 미 국방부는 아브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포로학대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리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을 교체키로 했다.
하지만 부시대통령이 포로학대작전을 사전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과연 이같은 조치를 통해 파문을 진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시,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없애고 새로운 교도 시설 지을 것"**
부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카일라일 소재 미 육군 전쟁 대학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라크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상징으로 이라크 정부가 승인한다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팔루자 학살과 포로학대로 궁지에 몰린 부시 대통령은 오는 6월30일 이라크 임시정부로의 주권이양기까지 매주 한차례씩 6차례에 걸쳐 프라임 시간대에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반전을 도모할 예정으로, 이번이 첫 번째 연설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를 없애는 이유와 관련해 "사담 후세인 독재자 아래서 아부 그라이브 등의 교도소는 죽음과 고통의 상징이었다"고 밝히며, 동시에 "이 교도소는 또 미국의 명예를 더럽히고 우리의 가치를 떨어뜨린 일부 미군이 저지른 불명예스런 행동의 상징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수용소를 짓겠다는 방침을 밝히며"새로운 이라크는 인도적이고 잘 갖추어진 수용소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보안이 잘 갖추어진 현대적인 교도소를 짓는 데 기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폐쇄와 관련,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었다.
하지만 교도소를 없애고 새로운 수감시설을 짓는다고 해서 미군 수뇌부 및 부시 대통령 자신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포로 학대 파문이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미 국방부, 포로학대 현장 목격 의혹의 산체스 사령관 교체 방침" **
부시 정부는 이와 함께 이라크주둔 미군사령관도 교체하기로 했다.
미국 ABC 방송은 24일 "미 국방부는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인 리카도 산체스 중장을 경질할 방침을 정했다"며 "후임에는 케이시 미 육군 참모차장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체스 사령관의 교체설은 그가 이라크 포로 학대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 흘러나온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3일 "산체스 사령관이 포로 학대 현장에 있었으며 이를 목격하기도 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군 사령부는 이에 대해 23일 성명을 통해 "이같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바 있으며 국방부 한 당국자도 이번 교체설과 관련해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으며 임기 종료시점이 다가온 데 따른 것이고 구체적인 교체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산체스 사령관이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과 관련해 해임되는 것이라면 미국 정부로서는 학대가 미군 수뇌부가 연루된 조직적인 작전임을 인정하는 꼴이 돼, 해임이 아니라 임기 완료에 따른 교체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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