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자 중국 정부가 곧바로 "노골적인 패권 행위"이자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 등 미중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미국 측이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해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하고 국제법을 엄중하게 위반했다"며 "이는 노골적인 패권 행위로 중국 정부와 인민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에 서명한 목적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고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실천을 파괴하는 것이며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는 역사적 진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특히 홍콩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 계속되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체의 결과는 미국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정부도 성명을 내고 홍콩인권법과 또 다른 홍콩 관련 법(홍콩 경찰 상대 군수품 수출 금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두 법은 홍콩과 미국 공통의 이익과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이어 "미국은 지난 10년 간 글로벌 교역국 중 최대 규모 양자 무역 흑자를 거둔 점을 비롯해 홍콩에 막대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지난해 대홍콩 흑자는 330억 달러 이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에 대한 미국의 모든 경제, 무역 정책 변화는 양국 관계는 물론 미국 고유의 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중국과 시진핑 주석, 홍콩 시민에 대한 존경을 담아 법안에 서명했다"면서 "이 법안은 중국과 홍콩 지도부 모두가 오래도록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를 희망하며 제정됐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홍콩 대표들이 서로의 차이를 우호적으로 해결해 장기적인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인권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미국이 홍콩에 적용 중인 경제, 통상 분야의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고 의회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또 홍콩의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 금지 및 자산 동결 등 제재 내용도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경찰에 최루가스와 후추 스프레이, 고무탄, 전기 충격기 같은 시위 진압용품 수출을 금지하는 또 다른 법안에도 서명했다.
그간 홍콩인권법안 서명 여부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한 까닭은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가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홍콩인권법은 지난 19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이어 20일에는 하원에서 찬성 417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던 미중 무역 합의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중국 정부가 대응 조치를 시사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고, 무역 합의와 연계시키기에도 부담이 만만치 않아 합의 결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