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민 5명 가운데 4명은 미군과 미점령당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팔루자 학살이나 포로학대행위가 드러나기 이전인 지난 3월말~4월초 실시된 것으로, 최근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WP, “이라크 국민 5명중 4명 미군과 CPA 불신”**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결과는 연합군임시행정처(CPA)의 위임을 받아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임시행정처는 지난해 말부터 이라크 여론을 알기 위한 조사를 매달 실시해왔는데, 이번 조사는 바그다드와 모술, 바스라, 나시리야, 카르발라, 라마디 등 주요 도시에서 3월 말부터 4월초 사이에 실시된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자는 연합군 임시행정처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82%는 ‘미군과 연합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조사시점은 팔루자 학살이나 이라크 포로 성고문 및 학대행위가 아직 불거지기 전이어서 현 시점에서의 미군 및 미점령당국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폴 브레머 이라크기군 최고행정관 자문역 자격으로 이번 여론 부분 조사를 실시한 도날드 헤밀턴는 이번 여론조사와 관련해 조사대상 수자등 통계수치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신뢰할 만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밖에 바그다드 시민 가운데 70%는 '안전 문제'를 자신들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아, 이라크상황이 제2의 전쟁 국면으로 들어갔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안전 문제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은 비율은 지난 1월 조사때는 50%, 2월 60%, 3월 65%에 이어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바그다드 이외의 전체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응답자의 63%는 안전문제를 가장 당면한 문제로 꼽았다.
또한 조사 시점이 아직 시아파 강경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본격적인 반미봉기를 시작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중부와 남부 지역 이라크 국민 가운데서는 상당수가 알-사드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바그다드 시민 가운데서도 45%는 그를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바스라에서는 지지응답률은 67%에 이르렀다.
WP는 알-사드르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과 관련, “그를 공적으로 선언하고 그를 사살하거나 체포하려 하고 있는 미군당국에게 충격적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임시정부, 이라크 과도통치위 맡아야"는 0.1%에 불과**
오는 6월말에 이라크에 세워질 임시정부 수반에 누가 임명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응답자들 의견이 갈렸다. 27%의 국민들은 이라크 국민들이 새로운 지도자들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3%는 사법부 재판관들이 맡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응답은 0.1%에 불과했으며, 미점령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전혀 없었다.
또한 이라크의 미래에 외세가 개입하는 데 대해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응답자의 83%는 이라크인들만이 오는 2005년 선거 감독을 책임져야 한다고 제로(0)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USA 투데이와 CNN 방송, 갤럽이 비슷한 시기에 공동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도 유사한 수치다.
이번 조사결과가 밝혀짐에 따라 부시 정부는 한층 궁지에 몰리게 됐다. 부시 정부와 미군은 이라크에서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문제는 바로 이라크 국민 대다수로부터 미약하나마 지지를 얻는 것이고, 이라크내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라크군을 창설하는 것으로 설정해왔기 때문이다.
WP는 미국방정보국에서 중동문제 분석가로 활동한 바 있는 제프리 화이트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사는 점령군과 점령이 점차적으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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