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9살 라이더, 사망하기 전 한달 하루 쉬고 일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9살 라이더, 사망하기 전 한달 하루 쉬고 일했다

라이더유니온 "정부는 라이더 실태 제대로 조사하고 산재 대책 마련해야"

10월 24일, 진주에서 라이더 A씨가 사망했다. A씨의 나이는 만 19세였다. 출퇴근, 휴무, 업무 할당, 심지어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사망 전 한 달 반여 동안에는 딱 하루만 쉬고 일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사망 사고 심사를 하면서 A씨를 법적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종사자, 즉 개인사업자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사망에 지급하는 유족보상금도 낮게 책정됐다.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또 다른 라이더 B씨는 따로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크라우드소싱 배달플랫폼(배달플랫폼사가 나눠주는 업무 일부를 일반인이 맡아서 수행하는 서비스)을 통해 부업으로 라이더 일을 했다. 매주 3500원 정도의 산재보험료도 냈다. 막상 B씨가 배달 중 사고를 당하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플랫폼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총 수입의 절반을 넘지 않아 플랫폼사에 대한 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라이더유니온이 26일 휴서울이동노동자합정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업재해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라이더의 현실을 고발하고, 라이더 산재 대책안을 발표했다.

지휘감독 받고 일했는데도 산재 사망 사고 조사 과정에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라이더 A씨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진주 사망 사고를 설명하며 산재 사고를 당한 라이더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업체로부터 노동자에 준하는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다. 박 위원장은 "단체카톡방을 보면, A씨는 배달 업무 강제 할당을 받았고, 퇴근이나 휴무는 물론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했다"며 "사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이나 새벽이나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배달대행업체(플랫폼으로부터 배달 업무를 받아 라이더에게 할당하는 업체)는 라이더의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노동부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A씨의 근무형태를 정확하게 조사하지 않았을뿐더러 위와 같은 자료를 보고도 A씨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단체카톡방 내역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아닌 유족과 라이더유니온이 직접 조사해 확보한 것"이라며 "노동부는 이런 자료를 보고도 A씨를 근로자로 보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A씨가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종사자로 분류되며 A씨의 '목숨값'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경우 산재 사망 유족보상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A씨의 유족보상금은 최저임금액인 일당 6만 6800원(8350×8)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의 업무를 실제로 관리감독하는 배달대행업체가 무분별하게 설립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A씨는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등록 오토바이를 타고 일했고, A씨를 고용한 업체 사장은 산재라는 말도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며 "노동부는 이런 불법행위를 전수조사하고, 배달대행업체 설립을 등록제로 전환해 준비된 상태에서 업체를 설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 라이더유니온이 라이더 산재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산재보험료를 내고도 사고를 당하면 급여를 받지 못하는 크라우드소싱 배달플랫폼 라이더들

구교현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크라우드소싱 배달플랫폼을 통해 라이더 일을 하는 경우 산재 보험료를 내고도 사고가 당한 뒤 산재 보험료를 탈 수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구 라이더는 "배민커넥트에서 부업으로 라이더 일을 하고 있고, 매주 3200 ~ 3500원 정도의 산재 보험료를 냈다"며 "그런데 얼마 전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확인한 결과 투잡을 뛰는 경우 라이더 일에서 얻는 수입이 총 수입의 절반을 넘지 않으면 배달대행업체에 대한 전속성이 인정되지 않아 배달 중에 사고를 당해도 산재 급여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구 라이더는 "업체는 이런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산재보험료를 걷었고, 노동부도 이제서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술 발달로 새로운 노동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사고를 당한 순간에 해당 업무를 배당한 업체를 기준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등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라이더 실태 제대로 조사하고 실질적인 대책 내놓아야"

라이더유니온은 위와 같은 라이더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산재 대책안으로 △ 산재 조사 시 라이더의 노동자성에 대한 정확한 조사 △ 전속성 개념 확대 △ 산재가입거부 등 불법행위 전수조사 △ 배달대행산업 등록제 도입 등을 내놨다.

박정훈 위원장은 "라이더 유니온의 산재 대책안을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제출했지만 형식적이고 성의 없는 답변만을 받았다"며 "정부가 라이더의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라이더의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주 사망 사고 희생자인 라이더 A씨의 유족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배달 산업에 대한 규제와 여러 조치가 진즉에 이루어졌다면 제 동생에게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배달 산업에 관심을 기울여 배달 산업 근로자의 안전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에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