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는 인류의 공통적이며 대표적인 문화다. 오랜 역사를 지닌 각각의 민족은 그들만의 특성을 지닌 활을 이용해 사냥과 전쟁의 도구로 사용해 왔으며 현대에 까지 유형이 살아 있다.
활은 공통과 다양성이 녹아 있어 기본적인 접근은 쉽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각각의 민족은 지역과 역사성에 따라 특성화된 활과 활쏘기를 품고 있다. 즉 민족의 특성이 살아있는 전통 활쏘기는 곧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
한국의 활이 인류 문화사적 세계 공통성과 한국활 만의 특성을 모두 가진 것은 처음 활을 잡아 본 외국인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 성무체육공원 활터에서 진행된 ‘한국전통활쏘기 체험’에 참여한 해외 각국의 음악가들은 몇 번의 지도 후에 익숙하게 활을 쐈다.
민예총의 문화동반자(CPI: Cultural Partnership Initiative)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체험에는 몽골 1명, 베트남 2명, 볼리비아 1명, 아제르바이잔 2명 등 외국 전통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활쏘기 지도는 활의 모양과 형태는 물론 쏘는 방식인 사법, 활터에서의 예절과 문화인 사풍을 보존하고 계승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온깍지활쏘기 학교에서 진행했다.
이번 체험은 먼저 한국의 전통 활인 각궁의 구조와 역사성, 활쏘기 장비와 자세 등 기본적인 이해를 위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온깍지학교 정진명 선생(교두)이 활에 현을 거는 ‘활 올리기’를 시연했고 류근원 선생이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4개국의 음악가들은 영어를 듣고 다시 본국의 언어로 설명하며 진지하게 참여했다.
활을 쏘기 위해서는 활과 화살을 비롯해 허리에 매는 궁대, 손가락에 끼는 깍지 등이 필요하며 사대에 서서 자세를 잡고 활 잡기와 당기기, 쏘기 등의 동작이 연속된다.
활쏘기 체험에서 온깍지학교 사원들이 체험자들에게 1대 1로 도움을 줬다. 쉽게 흉내만 낼 수도 있지만 전통 활쏘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체험의 의미를 더했다.
현재 일반화 된 활터에서의 과녁 거리는 145m지만 이날 체험은 20여m 과녁 맞추기로 진행했다.
체험자들은 처음 잡아보는 활과 화살을 들고 신기하고 어색해 했지만 한발두발 쏴 보면서 금방 익숙해 졌다. 자기가 쏜 화살이 과녁에 꽂힐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흥미를 나타냈고 간략하게 치러진 대회에서는 전문적인 선수들처럼 진지했다.
정 선생은 “활쏘기체험은 올해로 3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 참가자들이 지난해보다 익숙하게 활을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활의 역사는 5000년을 가늠한다. 크기는 작지만 세계 어느 활보다 강하고 정교함을 자랑한다”며 “역사성이 깊고 우수한 만큼 제대로 된 복원과 계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통 복원과 계승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현재 활쏘기의 문제점과 연결된다.
사냥으로 시작된 한국의 활은 국가의 형성이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수천 년을 유지해 오다가 총(조총) 등의 신무기 등장으로 주류에서 밀려 났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과도 맞다.
이후 활쏘기는 스포츠화 됐으며 활의 제작기술과 쏘는 방식(사법)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의 양궁이 올림픽 등 주요 대회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 것은 그 바탕에 활쏘기를 잘하는 민족의 DNA가 살아 있다는 추론도 대부분 인정되고 있다.
다만 점수제로 운영되는 대회의 특성에 맞춰 활쏘기의 자세와 방법이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한국의 활이라면 양궁이 국궁을 배워야하지만 거꾸로 국궁이 양궁 흉내를 내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위해 탄생한 단체가 ‘온깍지궁사회’다. 전통적인 사법을 추구하는 온깍지궁사회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조선의 궁술(조선궁술연구회 1929)’에서 가르치는 대로 활을 쏘기 위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보급하기위해 ‘온깍지활쏘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 선생은 “한국의 전통사법은 조선의 궁술에 묘사된 사법을 말한다”며 “전통에서 벗어나 자신의 사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양성’에 호소하는 것은 수작이며 일반화의 오류”라고 단언했다.
활을 쏘기 위한 활터(국궁장)는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마다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온깍지 한량들만이 한국의 전통 활쏘기를 계승하고 있다. 누구나 전통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나 전통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정 선생을 비롯한 온깍지 한량들이 청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어느덧 청주가 전통 활쏘기의 중심이 됐다. 전통을 찾고 배우기위한 전국의 한량들이 청주로 모여든다.
민예총의 해외 음악가들의 문화동반자 체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행사로 보인다.
청주의 한 시민은 “청주에서 전통 활쏘기가 계승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제대로 된 우리 것을 찾고 지키며 이어간다는 것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다”며 “청주가 활쏘기의 전통이 되살아나는 중심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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