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발생한 기관 소속 파견교사들과 7개 단체로 구성된 경남학교노조협의회는 도교육청 책임자의 징계와 인사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해당 기관을 비롯해 유치원 관리자들의 각종 갑질과 인권침해, 비민주적 교육과정 운영 실태 전수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도교육청도 공문으로 작성된 일종의 ‘탄원서’를 뒤늦게 확인한 뒤에도 파견교사들이 참아야 한다거나, 전교조를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하려 해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해체험분원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자세한 속사정을 취재해 연속으로 보도한다.
원장의 과한 교육열?...“우리가 느낀 건 갑질”
김해체험분원은 지난 2014년 문을 열었다. 유아 생태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경남교육청 직속 기관으로서 일종의 ‘사업소’ 형태이다.
교육연구관인 원장을 중심으로 교육운영팀과 운영지원팀 등 모두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운영팀은 교육연구사 1명과 파견교사 8명이 있다. 교육연구사는 부원장이다.
파견교사들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등에서 1년 단위로 파견을 온다. 희망자에 한해 복귀를 유예하고 1년간 더 근무할 수 있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올해 2월 파견근무를 위한 인수인계 과정에서부터였다. 지난해 9월 1일 부임한 A 원장이 기존 교사들에게 체험과정을 3일 동안 8차례 시연하게 하고, 새로 파견될 교사들까지 전원 참관하도록 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교사들은 ‘황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인수인계는 행정업무가 일반적이었기에 참관은 의외였다. 더구나 경력직 교사들에게는 교생실습 같은 8차례 참관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한 교사는 “그때부터 (원장이) 왜 이러나 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시작에 불과했고, 더 많은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교육열이라기보다는 그냥 갑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혀를 내두른 수업 강요…“이게 정상인가요?”
3월이 되자 A 원장은 새로운 수업 요구를 했다. 교사 한 명당 20분짜리 수업을 7차례 시연하도록 했고, 나머지 동료 교사 7명은 모두 참관하도록 지시했다. 수업만 모두 56차례이고, 교사 한 명당 자신의 수업 7차례를 제외하더라도 49차례의 수업을 참관해야 했다.
생태체험 시간도 80분을 고집했다. 4월말이 지나면서 더워지자 더위를 먹는 교사들이 많아 야외수업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30도가 넘으면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을 이끌고 6월말까지 지속됐다.
9월에는 교사 한 명당 80분짜리 공개수업을 3회씩 하라는 지시가 다시 내려졌다. 다른 교사들의 수업 참관도 필수였다. 공개수업만 모두 24회였고, 21번의 참관을 해야 했다.
참다 못한 교사 8명 전원은 원장을 찾아가 못하겠다고 했다. 너무 심하다고 했고, 교생실습을 받으러 온 것도 아니지 않냐고 하소연도 했다.
A 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직의 시스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오히려 따를 것을 강조했다.
심지어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지 않았거나 부분만 참관한 교사를 원장실로 불러 수업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어떤 교사는 원장의 유도질문에 넘어가 다른 교사에 대해 불필요한 흠을 잡고 나왔다며 울먹이는 일도 있었다.
일반 교사들도 놀란 ‘과도한 수업 강요’
A 원장의 이런 운영방식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이 정상의 범위를 벋어나도 한참 벋어났다는 반응이다.
우선, 김해체험분원과 같은 기관인 진주체험분원의 경우 공개수업이나 동료를 상대로 한 수업인 ‘동료장학’ 시간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교육청 직속 체험기관인 경상남도산촌유학교육원도 이 같은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산촌유학교육원은 산청에서 지난 2000년 문을 열어 전통체험과 야영·명상·극기체험을 중심으로 경남지역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촌유학교육원 측은 “파견교사 8명이 한 해 5,000명을 담당하고 있다”며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 교사들인 만큼 공개수업이나 동료장학 같은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교사도 “학교장의 재량이지만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과 근무평가를 위한 동료장학 등 2차례 이내가 일반적이다”며 “김해체험분원의 경우 과함을 넘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3월부터 파견근무를 시작한 한 교사는 “원장의 교육과정 운영은 교사들에게는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이었다”며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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