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사흘 연속으로 이라크 팔루자를 융단폭격했다. 26일(현지시간) 휴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첫 포성이 울린 이후 27일 미군 전투기 등의 팔루자 빈민가 융단폭격에 이어 28일 미군은 팔루자 지역 주요 세 곳에 5백파운드 이상의 폭탄을 재차 투하하며 팔루자를 초토화시켜 나갔다.
이번 폭격으로 다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는 미국의 '팔루자 학살'을 맹성토하고 나섰으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거듭 미군의 공습을 정당화하고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팔루자 폭격은 정당한 것"이라고 부시를 편들고 나섰다. 전세계가 '반(反)부시 대 친(親)부시'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미군, 팔루자 지역 유도폭탄 이용 융단폭격. 민간인 사상자 급증**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 미군 전투기들은 이라크 팔루자에서 5백 파운드 규모의 레이저 유도폭탄을 투하하며 다시 거센 폭격을 감행했다.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도 전날 밤새 미군 전투기들의 폭격이 이루어진 다음 이날 오후에 또다시 팔루자 지역 세 곳에서 폭격과 격렬한 교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군 대변인인 브레넌 브라이언 중령은 이날 폭격을 확인하며 “미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게릴라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건물에 10발의 레이저 유도폭탄을 투하했다”며 “이들 폭탄 대부분은 5백 파운드짜리이며 적어도 한 발은 1천 파운드짜리”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어 미군 AC-130 중무장 항공기가 이날 적어도 두 차례 저항세력 거점을 향해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날 전투 상황을 전하는 알자지라 방송에서는 미군 전투기 공격을 받은 몇몇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전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또 이날 이라크 저항세력과 미군간에 팔루자 북부 외곽에 있는 기차역 근처에서 격렬한 교전이 발생한 후 저항세력 거점으로 의심되는 지역에 미사일과 기관총 공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전투 규모를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목격자들에 따르면 적어도 건물 25동이 교전으로 파괴됐으며, 병원 관계자는 “이날 전투에서 최소한 10명의 민간인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병원 응급차조차 현장에 접근할 수 없었기에 사상자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라크인들은 훨씬 많은 사상자 숫자를 증언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부시“팔루자 대부분 정상 상황으로 복귀”주장**
부시 미대통령은 이날 미 백악관에서 “현재 팔루자의 대부분 지역은 정상 상황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미군의 팔루자 융단폭격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스웨덴 총리와 만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은 저항세력 거점이며 이라크인과 함께 하고 있는 미군은 이 지역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는 이어 “미군은 팔루자에서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가 무엇이든 다할 것”이라고 강조해, 융단폭격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중인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도 “이슬람 사원이 저항세력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며 사원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했다. 이같은 발언은 라크다르 브라흐미 유엔 이라크 특사가 미군 헬리콥터와 탱크 등의 팔루자 공격을 비난한 후 나온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습은 일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 군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며 미군은 그들을 공격해 사살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군 공격을 강하게 옹호했다.
***블레어는 역시 '부시의 푸들'**
영국내에서 '부시의 푸들'로 불리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28일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대대적인 공세는 '정당한 것'이라고 미국을 적극옹호하고 나섰다.
블레어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팔루자에는 외부 테러리스트들과 이라크군 출신의 무장세력이 집결해 있다"면서 "미군이 (강력한 무력행사를 통해) 질서 회복을 시도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의 무차별적인 보복공격을 지지하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자 이같이 주장하며,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은 미군이 아니라 저항세력"이라며 "미군은 공격을 받으면 반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 유엔 사무총장, “일반시민에 대한 점령군 공격, 문제 악화”**
그러나 국제사회 분위기는 미국에 결코 우호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브라흐미 유엔 특사에 이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조차 미국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직접 성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난 사무총장은 이날 “점령세력들에 의한 일반 시민과 점령국에 대한 폭력적인 군사 행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유엔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점령군이 일반 시민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공세 수준을 점차 높이면 그에 비례해서 저항세력의 공격도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난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팔루자 지역 원로 협의회로부터 중재 요청을 받은 다음에 나온 것이다. 팔루자 협의회측은 유엔에 중재 요청을 하는 동시에 팔루자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 공격과 팔루자 학살을 고발하기도 했다.
팔루자 협상단 대표인 세이크 무하마드 하마드 알-시한은 “팔루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는 매우 심각하며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량학살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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