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보유대수를 당초 ‘2개 정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추정해 왔던 미국이 최근 ‘적어도 8개 보유하고 있다’고 상향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이 이 정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핵공격 억제 차원을 뛰어넘어 주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비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추후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 북핵 최소 8개로 상향”**
워싱턴포스트는 28일(현지시간) 새로운 보고서를 준비중인 미국 관리들을 인용, “미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대수에 대한 추정치를 당초 ‘2개 가능’에서 ‘적어도 8개 보유’ 가능성으로 상향 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담당 관리들은 또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은 2007년이면 작동될 것이고 이에 따라 1년에 6기의 핵무기를 만드는데 충분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만일 북한이 8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북한이 핵공격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국들을 공격하는 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WP는 그러나 "이번 분석은 정황증거에 기반하고 있어 아직 미 행정부내 부처에서 이 결론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우선 에너지부는 북한 핵무기 평가에 대해 더 높게 잡아야 한다는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고 국방부도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이 올해 말이면 작동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국무부는 이런 분석에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완전한 합의에 이루지 못했지만 그러나 보고서가 일단 완료되면 공표는 되지 않더라도 미국의 북한 핵 능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중요성이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1월 방북 미대표단 옷에서 검출된 방사능물질 등 정황증거 토대**
WP에 따르면 1차 6자회담 이후 작성되기 시작해 한달 안에 마무리될 예정인 이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이 핵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주장한 이후 나온 새로운 정보와 증거물에 바탕하고 있다.
미국이 평가 기준으로 삼은 증거물에는 지난 1월 북한 핵시설을 방문한 미국 비공식 대표단이 입고 있던 옷에서 검출된 플루토늄 부산물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포함돼 있다.
워싱턴에 위치한 국제과학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얼브라이트 소장은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 비공식 대표단은 당시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을 제공했다”며 “이 옷을 통해 수집된 아메리슘(인공 방사성 원소) 같은 플루토늄 부산물을 통해 최근 플루토늄이 얼마나 생산됐는지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의 칸 박사 증언도 새로운 판단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칸 박사는 1999년 북한이 자신한테 핵무기로 보이는 3개의 핵 장치를 보여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증언에 따라 북한이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플루토늄을 이용하고 있다고 미국측이 판단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밖에 또 북한이 8천개의 핵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더 확보했다는 점도 주요 분석 근거로 작용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이전에 북한이 7~11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 하에 북한이 1, 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간주해 왔으나 최근 북한이 8천개의 핵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더 확보했다는 점에 입각해 새로운 보유 대수를 산출한 것이다.
***WP, “여러 연구소, 미정부보다 북핵보유대수 높게 잡아”**
WP는 "세계 각국의 연구소들은 북한의 보유 핵무기 대수에 대해 미국 정부보다는 높게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의 국제전략연구소의 올해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까지 4개에서 8개까지의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으며 10년안에 해마다 최고 13개씩 핵무기를 증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의 국제과학안보연구소도 최근에 북한은 최대 8개 내지 9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WP는 덧붙였다. 얼브라이트 소장은 이와 관련해 “최대 8, 9개 보유 판단은 북한이 약 37kg에서 39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개의 핵무기를 생산하는데는 적어도 4 kg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
***새로운 주장, 미국의 주변국 압력에 근거로 작용할 우려**
이같은 정세판단은 미국 부시 행정부에게는 양면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의 존 케리 대선 후보는 핵확산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임기동안에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 위기를 잘못 다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게 WP의 전망이다.
반면에 일부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러한 새로운 분석을 통해 북한 주변국들이 양보없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폐기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미국을 지지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4월 중순 동아시아 3국을 순방할 당시 “북한은 테러리스트 등에게 핵기술이나 핵물질을 판매하려 할지도 모른다”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이 바닥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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