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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앞을 보는데, 미국만 과거에 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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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앞을 보는데, 미국만 과거에 고착"

기브니 교수 지적, "북한은 점점 진정한 대미대화 갈망"

<태평양 시대(The Pacific Century)> 등 여러 저서를 집필해온 미국 포모나대 대학의 외교전문가 프랭크 기브니 교수가 미국의 고답적 대한반도 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반면, 최근 4.15 총선을 치르면서 나타난 한국의 정치구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요컨대 북핵 등과 관련한 미국의 대 한반도 외교정책은 방향성을 잃은 반면, 한국은 미래지향적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 극적인 정치변혁 가능성 열어"**

기브니 교수는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실은 '한국은 앞을 보는데, 미국 정책은 과거에 고착돼 있다(As South Koreans Look Ahead, U.S Policy Is Stuck in the Past)'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번 4.15총선과 관련, "기득권 세력에 대해 분노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국회를 재편하고 극적인 정치 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 대해 "고생을 모르고 자라나 자신감에 넘친다"고 표현한 기브니 교수는 이들이 분노한 배경에 대해 "한달 전 보수 야당 정치인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압도적인 표결로 국회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5년 임기 중 집권한지 1년도 안된 시기에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통령 탄핵을 정치권력을 되찾는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졌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탄핵은 극적인 역풍을 몰고 왔다"고 전했다.

기브니 교수에 따르면, 총선을 앞두고 탄핵을 규탄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면서 열린우리당은 박정희 독재정권 이후 최초로 자유선거에 의해 여대야소를 이룬 여당이 됐다. 열린우리당의 의석수는 49석에서 총선후 1백52석으로 치솟았고, 4.15 총선의 자유주의적 경향은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로 더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여성 의원들의 진출과 세대 교체 바람도 거셌다. 여성 의원들은 15대 국회보다 두 배가 넘는 39석을 차지하게 됐으며 2백99석 중 1백29석이 30~40대 의원들로 바뀌었다.

***"한국 젊은이들 미8군을 해방군이기보다 점령군으로 인식"**

기브니 교수는 "한국에서는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가열차고 집중적으로 전개돼 왔다"면서 "전두환 독재 통치에서 중산층이 대대적으로 참여해 그를 축출한 87년 민주화 시위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0년도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화 이후에도 부정부패 관행은 계속됐다"면서 "고위 관료와 현역 정치인들의 국민에게 군림하는 언행은 너무 쉽게 충성을 굴종으로 변질시키는 시대착오적인 유교적 윤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브니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 이전 세대들이 기존 정치체제에 안주하는 동안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논쟁을 벌였다.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젊은이들은 북한 정권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들려주는 겁나는 얘기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신, 궁극적인 남북 통일을 추구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신뢰했다.

기브니 교수는 이어 "이와 비슷하게,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주둔을 지지해온 부모 세대들에게도 점차 반기를 들었다"면서 "미 8군은 그들에게 해방군이기보다는 외국 점령군으로 비쳐졌다"고 지적했다.

기브니 교수에 따르면, 부모 세대에게는 한국전쟁 당시 침략군이었던 중국이 지금은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서 젊은이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국가로 받아들여져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중국어가 영어보다 더 선호됐다는 사실도 못마땅하다.

기브니 교수는 "노 대통령은 바로 이런 젊은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이라면서 "젊은이들이 노 대통령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한국을 미국의 속국이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독립적 일원이 되길 원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북정책, 혼란, 동요, 우유부단, 지연"**

반면 미국에 대해 기브니 교수는 "부시 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한국에 불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도대체 준비가 돼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찌감치 북한을 안보에 위협적인 집단으로 규정했다.

북한이 경제원조를 대가로 교착상태에 빠진 핵문제에 대한 협상을 제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네오콘(신보수주의) 참모들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해체할 때까지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부시 정부는 중국이 중재자로 나선 6자 회담을 통해 경제원조와 북핵 프로그램 중단을 교환하는 협정을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미국 협상단은 지난 2년간 어떠한 협정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브니 교수는 한 <아시아 정책 보고서(The Oriental Economist Report.TOE 보고서)>의 표현을 인용, "6자 회담은 '혼란, 동요, 우유부단, 지연'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강경파, 북핵 해결에 나설 의지 없어"**

기브니 교수는 "북한 당국자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생존이 지상명제로 보인다"면서 "TOE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측에 두가지 질문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첫번째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면으로 보장할 것인가였고, 두번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해체한다면 미국은 그 대가로 무엇을 지불한 것인가였다. 이러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워싱턴으로부터 지침을 받지 못한 미국측 협상 관계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브니 교수는 "최근 중국,일본,한국을 방문한 딕 체니 부통령도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기란 마찬가지였다"면서 "체니는 상하이에서 '시간이 반드시 우리 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핵무장한 북한이 제기할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권은 그저 중국이 그들을 위해 협상을 해줄 지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하면서 계속 지척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 "리비아처럼 미국이 우리와 협상했다면 더 좋은 결과 나왔을 것"**

기브니 교수는 이어 "한국은 한미 양국의 강경파들에게 대화를 하도록 계속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 총선의 결과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점점 더 진정한 협상을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정권은 온갖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심각한 경제난으로 웬만한 원조를 대가로 무장해제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2주전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측 인사들과 비공식 면담을 가진 북한의 유엔대사는 미국측의 혼란스러운 태도를 언급했다. 그는 리비아의 무장해제를 이끌어낸 9개월간의 비밀 협상을 언급하면서 "리비아와 했던 것처럼 9개월간의 협상을 북한과 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브니 교수는 "노 대통령은 총선 승리에 고무돼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틀림없이 북한과의 협상을 한층 진전시키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강경노선은 사태 해결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달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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