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 측으로부터 12월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공개하며 미국이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협상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사는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제3국을 통해 "조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제3국이 어디인지, 제안을 받은 시점이 언제인지 등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비건 대표가) 조미 대화와 관련해 제기할 문제나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허심하게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바 조미 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 데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것은 도리어 미국에 대한 회의심만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가 북미 직접 채널이 아닌, 제3국을 통해 협상 재개를 제안한 데에 강한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김 대사는 이어 "미국이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진행된 조미 실무협상 때처럼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우리를 얼려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선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명백히 밝힌 것만큼, 이제는 미국 측이 그에 대한 대답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라고 공을 미국에 넘겼다.
김 대사는 특히 협상 재개 조건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언제가도 가망이 없다"고 했다.
이는 북한 측의 당면 목표가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보다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훈련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중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우리는 외교적인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유연한 입장을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북한이 실무협상에 마주앉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할 경우, 한미 연합 공중훈련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사는 거듭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조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하여 시간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 번 명백히 하건대 나는 그러한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김 대사가 실무협상 재개를 제안한 미국 측 의도에 강한 회의감을 보이면서도 미국 측이 구미에 맞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 협상에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침으로써 12월 중 북미가 다시 마주앉을 가능성은 한층 넓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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