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주권이양에 대한 '시커먼 속내'를 드러냈다. 주권이양을 하더라도 군지휘권 일부만을 인정하고 법률제정권은 아예 인정하지 않는 등 이라크임시정부의 주권을 크게 제약해 주권이양 이후에도 이라크를 미국 통제하에 두려는 '허울뿐인' 주권이양정책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미국 계획을 보고 그동안 마지못해 미군에 협조해오던 동맹국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미국내에서는 미언론들이 부시정부의 언론규제를 무릅쓰고 전사한 미군의 본국 송환 사진을 공개하면서 반전 여론이 강하게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NYT, "美, 치안유지에 관한 최종권한 계속 유지"**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 임시정부를 세우려는 부시 행정부는 주권이양과 관련해 군 지휘권의 극히 일부만을 넘겨주고 새로운 법령제정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미군이 치안유지에 관한 최종권한을 계속 갖는 등 상당한 제약조건을 두려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러한 '허울뿐인' 주권이양정책은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이라크 특사와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이번 주에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행정부 고위관리들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마크 그로스먼 미 국무부 차관은 이와 관련해 23일 의회 청문회에 나와 "우리는 오는 7월1일부터 12월말까지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그로스먼 차관은 또 "이라크 임시정부의 구조는 효율적이고 단순해야 하며 더딘 업무처리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비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해 임시정부 규모를 제한하려는 미국 의도를 보여주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라크인들의 관점을 고려하고 임시정부와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면서도 "최종 결정권한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며, 결국에는 미국 의도를 관철시킬 것임을 강조했다.
***"권력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 국내외 비판 거세**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 과연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
NYT도 "주권이양시점까지는 10주가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누가 주권을 이양 받고, 이양 받을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미 정부는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을 못세우고 있다"며 "미 정부는 내년초 선거가 이루어질 때까지 권력을 계속 가지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유럽국가들과 유엔 관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이 이라크 임시정부의 군통수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승인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의도에 대한 강한 반감을 에둘러 드러냈다.
또 이들 외교관들은 "새로운 이라크 정부가 이슬람교의 법적 지휘를 제한하는 등 폴 브레머 미 최고 행정관 밑에서 제정된 법률을 바꾸려는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발과 우려는 미 행정부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관리들은 "만일 미군이 이라크 도시에 대한 포위를 명령할 때, 이라크 정부가 그러한 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미 정부는 뒤이어올 저항세력의 공격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주권을 제한적으로만 이양하려는 미정부 계획에 반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美언론, 사망 미군 귀국사진 게재해 부시정부 당황**
이같은 가운데 미 정부가 그렇게도 경계해오던 미국내 반전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 반전 분위기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사망한 미국 병사의 본국 귀환 사진 촬영 및 보도를 금지해 왔으나, 정보 공개법에 따라 23일(현지시간) 일부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법을 청구한 사람은 '메모리홀'이라는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라스 킥씨로, 그의 청구소송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CNN 및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23일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국 병사의 관들이 성조지에 싸여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사진을 일제히 1면 톱으로 게재했다.
국방부는 하지만 이번 3백61매의 사진만을 공개하고 더 이상을 사진을 공표하지 않도록 재차 지시를 내림으로써 미국내 반전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려 부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언론통제는 계속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어서, 미국내 반전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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