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정한 자위대 파병으로 인해 이라크 무장저항세력에게 애꿎게 납치된 자국민에게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하며 구출 비용을 청구하는 국가. 다름아닌 일본이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엽기적 행태가 국제적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인도주의를 몸소 보여준 자국의 젊은이를 자랑스러워하지는 못할망정, 무책임함을 강조하고 구출비용까지 청구”하는 일본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자국민이 납치된 이후에도 파병 방침을 고수했던 일본정부는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지난 15일 풀려난 자국민들 3명에게 ‘자기책임론’을 주장하며 1인당 5만엔(한화 50만원 상당)의 구조비용을 청구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르몽드, '피랍 자국민에 구출비용 청구, 자기책임론' 제기한 日정부 비판**
프랑스 르몽드지는 20일(현지시간) '일본에서는 인질이 석방 비용 지불 의무'라는 제하의 도쿄발 기사를 통해 “일본인은 인도주의에 따라 행동한 젊은이들을 자랑해야 할 터인데도 일본 정부나 보수성향 언론들은 석방된 인질들의 무책임함을 헐뜯는 것에 급급해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르몽드는 “석방후‘이라크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싶다’는 인질들의 발언을 문제삼는 등 일본 정부와 보수성향 언론 사이에 이들의 무책임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질들의 ‘신중치 못한 행동’에 대해 일본은 인질 가족에게 사죄를 요구하고 건강진단이나 귀국 비용의 부담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르몽드는 이어 일본 사회의 비판적 평가와는 달리, 석방후 한때 계속 이라크에서 인도주의활동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 일본 민간인에 대해 “이들 젊은이들의 순수함과 무모함이 결과적으로 사형제도나 난민인정문제 등에서 국제적으로 결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일본의 이미지를 고양시켰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르몽드는 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이들 인질에 대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 없으면 사회는 진보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위로한 사실을 소개하며, 이들 인질에게 적대적인 일본 사회와 대비시키기도 했다.
***日정부, “1인당 4만~5만엔 청구”**
하지만 이같은 국제적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들 인질에게 구출 비용 청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후지사키 이치로 일본 부외상은 20일 중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이라크에서의 일본인 인질 사건으로 발생한 지출경비에 관해 “석방된 이들 3명의 이동에 든 운항비가 약 66만엔”이라며 비용청구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한때 인질로 잡혔다가 석방된 이들 일본인들에 청구될 항공료는 이라크 바가다드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까지의 전세기편 항공료로, 이코노미좌석 비용을 청구하는 일본 외무성 내규에 따를 방침이다. 이밖에도 두바이 병원에서 실시된 건강진단 비용 등에 대해서도 일부 비용이 청구될 방침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개인당 청구될 비용은 4만~5만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청구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본내 보수성향 일부 언론들이 “이라크에 출동했던 테러진압 경찰특공대의 수송비용과 기타비용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납치된 자국민에게 구출 비용을 청구하자는 ‘엽기적’ 정책은 일본 연립여당내에서도 강력히 제기되는 등 일본 정가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일본 연립여당은 지난 16일 여당대책본부 회의에서 위험지역에 들어갔다 피랍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출비용의 일부를 피해자 본인에게 물리자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된 바 있다.
***日 외상, 피랍인 ‘자기책임론’ 제기**
일본 정부가 피랍 자국민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방침은 ‘피랍인 자기 책임론’에 입각한 것이다.
한 예로 지난 17일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은 담화를 통해“스스로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이러한 생각에 따라 스스로 행동을 자제하도록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었다. 유사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에게 책임론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가와구치 외상은 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이번 사건 경위를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이라크 입국은 절대 삼갈 것을 강하게 권고한다”며 “이라크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에서는 자기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재차 ‘자기책임론’을 주장했다.
한편 일본 정부의 싸늘한 태도와 보수 언론의 ‘이지메’속에 지난 18일 귀국한 이들 일본인 3명은 "여러분에게 많은 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들의 가족들도 재회의 기쁨은 뒤로 한 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연방 고개를 숙였다. 우경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일본 특유 집단주의의 ‘무서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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