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지역 선정을 위해 현지조사에 나섰던 정부합동조사단이 10일간의 조사일정을 마치고 19일 오전 귀국했다. 파병지역에 대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 논의와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거쳐 이번 주 중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다수의 파병반대 여론에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등은 조사단 보고를 받고 파병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조사단은 이번 조사를 파병을 위한 '요식절차'로 여기는 분위기여서 과연 정부나 우리당이 파병결정을 철회할지는 극히 의문이다.
***조사단장, "안전하고 재건수요도 많아"주장**
합참 작전부장인 송기석 조사단장은 이날 오후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9일부터 외교부, KOCIA(한국국제협력단), 육군본부, 파병부대 등 16명은 10일동안 현지조사를 수행했다"며 "파병 예상지역인 쿠르드 자치지구인 아르빌과 술라이마니아 모두 첫 파병지로 검토됐던 키르쿠크보다 한국군 주둔에 유리한 지형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기석 조사단장은 특히 "이들 쿠르드지역은 '페슈메르가'(죽음 앞에서)라는 쿠르드민병대가 잘 통제하고 있어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며 "이들은 과거 우리 독립군처럼 외세에 대한 저항운동을 전개해오던 단체"라는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송 단장은 또한 이라크 북부로의 '파병 무용론자'이 지적하듯, 이 지역에는 이번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피해사항이 거의 없음을 시인했다. 그는 "이 지역은 NFL(비행금지구역) 북부에 위치해 있는 곳이라 이번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했다"고 밝혔다.
송 단장은 그러면서도 "이들 지역은 이라크-이란간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봤으며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기간에는 이중 제재를 받아서 재건 소요가 대단히 많다"고 강조해, 파병은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NSC 논의, 미국과의 추후협의 거쳐 조만간 파병지역 결정**
송 단장은 파병 지역 선정과 관련해서는 "양 지역은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파병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검토와 토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최종 파병지역은 송 단장이 이날 오후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 내용을 브리핑한 이후 미국과의 추가협의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를 거쳐 이번 주 중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아울러 파병 일정 및 임무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
파병 지역 선정을 위한 기준에 대해서는 송 단장은 현지 지세, 도로, 하천, 공항, 강우, 기상 등 군작전 요인과 치안상태, 주민들의 호응도, 부대주둔 여건, 재건지원 소요 등을 들었다.
그는 또 현지 조사 과정에서 만난 의회 지도자 및 관련정당, 총리, 페슈메르가, ICDC(이라크 민방위군), 경찰서 지도자 등은 "모두 한국군 파병에 감사하고 적극지원 및 협조를 약소했다"고 강조했다.
***비판성 질문에 "불쾌하다"며 원색적 표현**
송단장은 그러면서 "한국 조사단의 쿠르드어 통역은 미국 임시행정처(CPA)가 지원했다"며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들이었다"고 밝혀, 이번 조사활동이 미군 통제하에 진행됐음을 밝혔다.
그는 '조사단이 구체적인 조사는 하지 않고 미군이 안내하는 지역만 다닌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주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항의하고 "우리 행적을 보면 얼마나 많이 다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만난 사람들이 모두 미군측이 사전 약속한 사람들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만난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요구한 것이고 약속만 미군이 잡은 것"이라며 "불시에 아무나 만나서는 경호 조치 등으로 문제가 있으므로 계획적 행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치안이 안정돼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던 아르빌과 술라이마니아 지역에서 왜 그렇게도 경호에 신경 쓰며 불시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뜻대로 다녔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 대한 조사를 마친 이라크 현지조사단이 부실한 조사로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어 문제의 소지에 대해서는 즉각 어필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조사 방법에 있어서는 그리 개선된 것 같지가 않다.
당시 이라크 현지조사단에 민간인으로 참여했던 가톨릭대 박건영 교수는 당시 조사가 모술 시내에서 40여분만 진행되고 모술 체류시간이 모두 합쳐 3, 4 시간에 불과하다며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됐음을 지적해 조사단 활동에 비판이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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