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국제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17대 총선 결과를 보도하며 40년 만에 가장 급격하게 정치지형도가 변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향후 탄핵 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과 일본 언론들도 16년만에 여소야대 상황이 바뀐 데 의미를 부여하며 민주노동당의 첫 원내진입과 김종필 총재의 낙선으로 인한 3김시대 종식을 관심있게 보도했다.
*** WP, “40년만의 가장 급격한 정치지형도 변화”**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17대 총선에서 자유주의자들이 크게 승리했다”며 “한국 유권자들은 정치지형도에서 40년만에 가장 급격한 좌파로의 변화를 추구했다”고 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 독재 시대를 열었던 1961년 쿠데타 이후 한국의 입법부가 자유선거에 의해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지배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것이다.
WP는 이어 다양한 관점에서 이번 선거를 분석하며 “이번 선거는 20, 30대의 자유주의 성향 유권자와 보수적인 장년층 간의 싸움”으로 간주하고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혁명이 소수 정당이었던 우리당을 최대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WP는 또 “이번 선거는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탄핵에 대해 한국전쟁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는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거의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젊은층은 이 탄핵을 노무현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정치적 쿠데타, 정치적 위선행위로 간주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정책으로 대북정책, 한미동맹관계, 경제 정책 등을 예로 들었다.
신문은 아울러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선거 결과로 한국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도록 압력을 받게 됐으며 노 대통령의 권한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이밖에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 및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는 과거보다 훨씬 더 독립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해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을 표했다.
***NYT, “헌재에 분명한 메시지” AP, “40년간의 보수지배 국회구도 깨”**
뉴욕타임스는 “탄핵정국 이후에 한국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당 후보들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표를 던졌다”며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하고 있는 헌재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또 이번 선거를 좌파 득세로 분석하며“좌파로의 전반적인 변화의 성격 속에서 ‘반기업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사상 처음으로 의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평가다.
NYT는 이어 “1987년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국회가 같은 정당에 의해 놓이는 것”이라고 여대야소 국면을 강조했다. 또 NYT는 윤승이 한국 경산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노무현 대통령은 특히 국회와의 관계에서 더 강한 권력을 가지게 됐다”면서도 “보수층의 목소리도 여전하며 일방 게임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AP 통신은 “한국 유권자들은 40년간 보수주의자들에 지배돼 오던 국회를 깨버렸다”며 “한국 정치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화여대 의수영 정치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선거 결과로 노무현 정부는 필요한 안정기반을 얻게 됐다”며 “이는 노 대통령에게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수단을 준 것”이라고 전했다.
***BBC “노대통령 자유주의적 정책 필 것”, FT “정치지형 급격한 변화”**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선거는 지난 3월 12일 통과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에 대한 국민적 판결로 간주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노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국민적인 역풍”이라는 지적이다.
방송은 이어 “노 대통령은 초반 집권 1년 동안에는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강경 노선에 협조하고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그러나 그가 다시 권력에 복귀하게 되면 그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보다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정치지형이 급격하게 변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었던 이번 총선 결과로 노 대통령이 급격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위해 재차 위임을 받고 직위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법리적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지만 이번 총선 결과로 헌재는 탄핵안을 부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탄핵안에 대한 관심이 이번 선거를 지배하다 보니 이번 선거는 극적이긴 했으나 정책에 대한 논쟁은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
FT는 또 “노 대통령은 재벌 개혁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 보다 독립적인 대미정책 등의 약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노 대통령은 시장친화적 정책과 이라크에 한국군 파병 등의 정책을 펼쳤다”고 전했다.
***中 인민일보, 민주노동당 원내진입에 관심**
중국 관영 인민일보도 “이번 총선으로 여소야대 상황이 16년만에 깨졌다”며 “이번 선거는 야당의 탄핵이라는 특수 배경하에서 진행돼 그 결과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이어 선거결과를 보도하며 “서민계층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이 사상처음으로 국회의 등원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문은 이어 정당투표제가 처음 도입됐음을 설명하고 “이러한 제도로 비교적 작은 군소정당들이 의석을 획득하고 정치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유리해졌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한국 여론은 기존틀이 바뀜으로써 헌재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최종 결정과 앞으로 한국정치의 미래, 경제와 사회발전 등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 김종필 총재 낙선으로 인한 3김시대 종식에 관심**
일본 언론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아사히신문은 총선 결과를 소개하고 “여당이 과반수를 얻은 것은 지난 85년 이래 처음”이라며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 민심이 확인돼 사실상 노 대통령은 재신임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열린우리당이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모두 의석을 확보해 “특정 정당에 의한 지역 독점 구도에 일정 정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선거결과 보도와 함께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민의가 나타났다고 보고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정국 방향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이례적으로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낙선소식을 보도하며 “김종필 총재가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총재의 3김시대가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시대는 완전히 막을 고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밖에 “당선자 가운데 1백90여명이 신진인사로 큰 폭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여졌고 여성도 39명에 이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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