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외국인 납치사건이 잇따르면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민주노동당-민주당 등 정치권의 파병 철회 요구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파병결정과정에 "국민과 정치권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다"며 파병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12일 재차 분명히 밝혔다.
반기문 장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동에 영향력이 절대적인 알자지라 방송과 한국 고위관리로는 처음으로 인터뷰하기로 하면서 한국군 파병의 당위성을 직접 설명하기로 해, 도리어 벌집을 건드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 외교, “이라크 상황 악화돼도 한국군 파병 목적 변경없어”**
반기문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서울 외신기자클럽 초청 오찬 회견에서 “이라크 상황이 악화돼도 한국군의 파병목적은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병 방침 변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결론적, 단적으로 말하면 파병목적이 변경될 가능성은 없다”며 “파병부대를 보호하기 위한 필요조치는 부대내에서 적절히 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는 지난 2월 정부의 한국군 자위툰부대 이라크 추가 파병안을 통과시킬 당시 한국군의 파병 목적을 이라크의 평화재건활동으로 한정지은 바 있다. 하지만 '제2차 전쟁' 상태로 접어든 최근 이라크 사태 악화로 평화재건활동이라는 파병목적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에 따라 파병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파병은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 장관은 그러나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정치권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이라크 파병이 미국 대선후 또는 이라크 주권이양후로 미뤄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물론 이라크 상황이 그때 당시보다는 악화돼가고 있는 것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라크 상황이 안정됐기때문에 파병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파병하지 않고 하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조사단이 가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한다"며 오는 6월 파병 강행방침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이라크 파병국 가운데 상당수 국가들이 전황 악화를 이유로 속속 파병 철수를 하고 있는 시점에 과연 반장관이 말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국제사회보다는 미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다.
***반 장관, 15일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인터뷰**
한편 반기문 장관은 오는 15일 중동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카타르의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인터뷰하기로 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그동안 아랍의 시각에서 중동 문제를 전세계에 보도해왔으며 최근 팔루자 사태에서는 알자지라 방송 기자만이 취재가 자유로이 허용되는 등 중동 국가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매체다.
알자지라 방송이 한국 고위관리와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자지라는 자사 해외홍보원이 중동언론인 방한 행사에 초청된 기회에 반 장관을 인터뷰하겠다고 먼저 요청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 요청에 대해 최근 대아랍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한 외교목표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외교부는 반 장관 일정상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병에 앞서 중동 국가들에 정부의 입장을 정확히 알린다는 취지에서 알자지라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다. 알자지라 방송 앵커 등은 오는 15일 오후 6시에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오는 데 반해 반 장관은 다음날 오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아일랜드로 출장을 떠날 예정이어서 평소 같으면 인터뷰 성사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이번 방한을 통해 이라크 파병에 대한 정부 및 정치권, 시민등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취재해 보도한다는 방침이어서, 파병 강행 방침을 밝히고 있는 반장관의 인터뷰가 도리어 벌집을 건드리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