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납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저항세력이 11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24시간 내에 일본 자위대가 철군하지 않을 경우 납치된 일본인 3명 가운데 한 명을 살해하고 다른 두 사람도 12시간 단위로 살해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당초 이날 오전에는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들을 석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일본 정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으나 또다시 살해위협경고가 나오고 12일 자정(현지시간)까지도 별다른 진전사항이 나오지 않자, 일본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11일에는 중국인 7명도 납치된 것으로 알려져, 이라크 무장저항세력이 딕 체니 미부통령의 일본-중국-한국 등 아시아 순방을 겨냥해 동아시아인들을 중점적으로 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납치 일본인 24시간내 살해”,“日외무부대신, 팔루자 학살 직접 확인하라”**
일본 정부는 쿠웨이트에 세 대의 C-130 수송기를 대기시켜놓고 이라크에서 납치된 일본인 3명의 석방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12일 자정(현지시간)까지 2번째 살해 위협 이후 이라크 저항세력의 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다.
아랍 위성 방송인 알-자지라는 이와 관련 12일 일본 방위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는 납치된 3명의 일본인과 다른 일본 국적 사람들을 이라크 현지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쿠웨이트에 세 대의 C-130 수송기를 준비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라크 중재자’로 자임하고 나선 이라크 인권보호협회대표인 마자르 알-델레미에는 11일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이라크에서 철군시키지 않을 경우 일본인을 납치한 무장단체가 24시간 안에 인질 1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인질들도 12시간 단위로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장단체는 자위대의 철군 시한을 24시간 연장하기로 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장단체는 일본 측에 자위대의 이라크 철군 이외에도 몇 가지 조건을 새로 내걸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델레미에에 따르면 무장단체는 일본 외무부대신이 미군이 일주일이상 봉쇄공격을 가하고 있는 팔루자를 방문해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대량학살을 확인하도록 요구했다. 또 무장단체는 일본에게 이라크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일본인을 납치한 이라크 무장단체인 알-무자하딘 여단은 알-자지라 방송에 이날 오전 팩스를 보내 인질 3명이 모두 건강한 상태며 이들을 모두 11일 이내에 석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납치 일본인 가족 15만명 서명 탄원서 제출**
이번 보도와 관련해서 일본 정부는 일단 의구심을 나타내며 요르단 암만 주재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보도내용을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일본인 인질 모두가 팔루자 부근에 있으며 협상팀이 이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외무성 보고를 받고 “3명을 안전한 장소로 넘겨 받을 때까지 마음을 놓지 말고 대응하라”고 지시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납치 일본인 석방을 위한 협상을 위해 아이사와 이치로 일본 외무성 부대신을 현지로 급파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국내적으로도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일본 국민들과 언론,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납치 일본인 문제로 인해 파병 철회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납치 일본인 가족들의 경우 정부를 상대로 철군 요구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이 탄원서에는 약 15만명의 일본인들이 서명했다. 또한 언론들이 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자위대 철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해 고이즈미를 곤혹케 만들고 있다.
***중국인도 7명 납치, 체니 방한 겨냥한 것인가?**
외국인의 납치 사건은 이날에도 이어져,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30명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보도가 나와 한국 외교통상부가 보도 확인에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 7명도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중국인 7명이 11일 이라크 중부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바그다드 주재 중국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이들 중국인들이 11일 오전 요르단을 거쳐 이라크에 들어오던 도중 팔루자 근처에서 납치됐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성명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중국인 납치 소식은 아랍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가 바그다드 지국 특파원이 무장세력으로부터 석방된 일부 외국인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확인해 신화통신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들은 알아라비야 기자들에게 자신들은 중국 여권을 소지하고 비밀 장소의 한 방에 감금된 아시아인 7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반대의사를 밝혀왔으며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도 거부한 바 있다. 따라서 이라크 무장세력의 중국인 납치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번 납치가 딕 체니 미부통령의 중국 방문 직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라크 문제를 미-중 외교쟁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고도의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니 부통령 순방국가인 일본, 중국인이 인질로 잡힌 대목을 볼 때 한국인들도 납치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팔루자 봉쇄 안풀면 미 인질 죽일 것”**
이밖에 중국인 이외에도 현재에는 미국인 한 명과 캐나다인 한 명도 납치된 상태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 정부는 자국 국적의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영국인 한 명과 아시아인 운전사들은 이날 석방됐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또 이라크 무장세력은 미국인 인질과 관련해 10일 “미군이 팔루자 봉쇄를 풀지 않으면 이 인질을 죽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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