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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1달러 쓰면 5센트는 리자청 주머니로”

[신간] 아시아 최대부호 <상신 리자청>

아시아 최대 부호인 홍콩의 리자청(李嘉城).

개인 재산은 78억 달러이고 총자산은 6백억 달러로 세계 재벌 5위에 해당한다. 홍콩 상장기업의 4분의 1과 홍콩시장 주식 가운데 26%가 그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그의 기업규모, 정치적 영향력, 사회공헌도 등을 평가해 세계 10대 영향력 있는 재벌에 선정하기도 했다.

***아시아 최대 부호 리자청의 일대기 <상신 리자청>**

이런 상신(商神), 재신(財神), 초인(超人)으로 불리는 리자청의 일대기와 사업정신을 그린 <상신 리자청>(홍하상 지음, 중앙M&B 펴냄)이 나왔다.

리자청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부의 규모는 ‘상상할 수 있는 일정 규모’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에 대해 홍콩에서는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중 5센트는 리자청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말로 리자청의 기업과 부의 규모를 설명하고 있다.

우선 사람들이 TV를 볼 때 전기를 공급해 주는 사람이 리자청이다. 전기를 공급해주는 홍콩전력이 바로 그의 소유이다. 길거리에서 핸드폰을 사용해도 통신요금이 리자청 주머니로 들어간다. 홍콩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홍콩텔레콤도 리자청 소유이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도 열 명중 네 명은 그가 세운 슈퍼마켓 체인점인 파큰숍으로 간다. 집에서 간단히 술 한잔 마시기 위해 많은 사람이 술을 사는 곳도 그가 만든 술 도매 체인인 왓슨이다. 컴퓨터나 각종 전자제품도 역시 그가 만든 포트리스에서 구입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중퇴로 ‘가방끈이 짧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만 나열해 보면 우선 주력기업인 허치슨왐포아, 창장실업, 창장개발, 홍콩텔레콤, 홍콩전력 등의 4백60여개에 달한다. 또 캐나다에서 가장 큰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허스키오일, 파나마운하와 부산, 광양항의 컨테이너터미널도 그의 소유다.

분야별로 본다면 건설, 운송, 호텔, 통신, 전력, 도시개발, 항만, 무역, 소매, 금융, 서비스업 등이다. 다음으로 국가별로 보면 우선 본거지인 홍콩외에 중국, 마카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한국 등의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호주, 이스라엘, 파나마 등이다. 그야말로 ‘다국적’기업이다.

***리자청의 사업 철학, ‘1달러의 철학’**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부호로 중국 광둥성 출신인 리자청은 홍콩에 건너와서는 찻집 종업원에서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화상(華商)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이러한 리자청의 상술을 ‘창장강은 지류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로 요약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재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여 아낌없이 투자하고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시장 변화에 대한 특출한 예측능력과 기민하면서도 과감한 대응전략추진 ▲윤리경영 ▲장기적인 안목 ▲인간경영 ▲부지런함 ▲신뢰 등 예의 ‘성공한 기업가’들의 장점들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리자청의 사업철학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1달러의 철학’이다.

어느날 골프장에 도착한 리자청은 차에서 내리다가 1달러짜리 동전을 떨어뜨렸다. 리자청은 그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차 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손이 닿지 않아 동전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종업원이 동전을 꺼내주었다. 리자청은 그 종업원에게 답례로 2백 홍콩달러를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돈은 1달러라도 소중히 해야 한다”며 웃었다. “내 돈이라면 1달러를 떨어뜨려도 반드시 줍는다. 내 돈이 아니라면 누군가 1천 달러를 집 앞에 버려도 절대로 줍지 않는다.” 돈에 대해 고집스러울 정도로 근검절약하면서도 베풀 줄 알기도 하고, ‘돈은 유통되어야 결국 자신에게 이득’이라는 철학이 배어나온 것이랄까.

***리자청, 대표적인 화상. ‘비단장사 왕서방’들의 자본력 3조 달러**

리자청의 모습을 보면 오늘날 화교자본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5천7백만 화상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새로운 환경에의 뛰어난 대처능력 ▲선천적인 사업가 기질과 근검절약 ▲소기업의 결합을 통한 대기업화 ▲현지 정치인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 ▲유교 중시 ▲장기적 이익 추구 등이다.

이러한 장점을 지닌 화상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은 2조달러에서 3조달러 사이로 평가되고 있다. 화상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는 5천5백억 달러가 넘고 이들이 창출해 내는 부도 연간 5천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연간 국민 총생산액이 3천억 달러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비단장사 왕서방’들이 이렇게 거대한 자본을 창출해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인적네트워크다. 이들은 또 강한 회귀본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지역에 가던지 그들만의 결속관계를 유지하며 본토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세계화상대회이다. 지난 91년부터 개최돼 2년에 한번 씩 열리는 이 대회는 이제 화상들의 친목과 사업정보 교환, 향후 합작사업 등을 논의하는 기회로 자리매김됐다. 우리나라 정부도 화상대회 유치를 위해 노력하다 기어이 2005년 제8회 화상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화상, 연간 5천억달러 中 투자. “리자청, 中 가장영향력 있는 기업인”**

오늘날 중국 본토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저에는 이들 화상들의 무서운 회귀본능과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화상들의 연간 본토 투자액은 5천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리자청도 이들 화상의 본토 투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리자청은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의 우의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리자청은 중국 본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오고 있으며 중국 본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리자청은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 2조4천억원을 들여 둥팡광장을 조성해 중국 정부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헌납하기도 했고 장쩌민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은 국가주석이었던 2002년 홍콩을 방문했을 당시 리자청 소유 호텔에 머물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투자 배경을 단순히 화상들의 인적네트워크와 회귀본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도 사업적 전망에 밝은 이들은 중국 본토의 투자적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리자청을 비롯한 화상들의 중국 본토 투자는 ‘광둥성 사람이 아침에 감기에 들면 홍콩인은 저녁에 몸살을 앓는다’고 말할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중국 본토와 홍콩 등의 자본국가와의 상호의존성 증대를 보여주는 한 증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리자청의 ‘고향’ 중국은 전세계적인 자본 네트워크의 중심 허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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