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일 개통되는 고속철도에 대해 주한미군측이 공무중 고속철도 이용시 '무료 이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관계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고속철도 이용시 부담 금액 금주내 협상 예정"**
31일 미군 전문지인 <성조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공무 중으로 고속철도를 이용할 때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협상하기 위해 한국 정부 당국과 금주내에 만날 예정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군이 공무로 한국 철도를 이용할 때 요금을 대신 부담해 왔는데 새로운 고속철도 사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스티브 오트위그 교통담당 대변인도 "금주 중으로 한국 정부 철도 관계자와 만나 고속철도 이용 요금을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 협상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성조지는 고속철도 요금과 관련해 "고속철도는 주한 미군기지가 있는 대구까지 가는데 상당한 시간을 단축해 주지만, 가격은 새마을호보다 25% 비싸다"며 "주한미군 소식지 <모닝 캄>에 따르면 현재 매년 2만명 이상의 주한미군이 철도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8천명 이상이 공무중에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군의 경우에는 공무 목적으로 철도를 이용할 시에는 후불로 비용을 청구하며 이 비용은 국방예산에 책정돼 있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받는다. 책정돼 있는 예산보다 비용이 초과될 때에는 분기별로 부처별, 부대별 협의를 통해 예산에 묶이도록 조정하고 있다.
정부측은 미군측의 이번 협상요구가 외형적으로는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가"를 논의하기 위한 것처럼 말하나, 실제로는 '무임 승차'를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수 여론, "말도 안되는 요구"**
이같은 미군측 '무임승차' 요구 움직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6조원대의 천문학적 부채를 지고 건설된 고속철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선 한푼이라도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결국 정부 부담으로 돌아오는 주한미군 무임승차란 결코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철은 요금이 비행기 요금에 근접하는 '고급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과연 이같은 고급 운송수단 이용에 대해서도 그 부담을 전부 우리 정부가 떠맡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한-미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기존 일반철도 요금으로 국한돼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인 것이다. 추후 정부의 협상과정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속철, "서민들은 서럽다"**
이처럼 주한미군이 고속철 무임승차를 요구하고 있는 한편, 고속철도 개통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심정도 달갑지만은 않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민들이 애용하던 일반철도의 운행이 감축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새마을호보다 25% 비싼 고속철도 요금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다. 고속철도 요금은 서울∼부산 4만5천원(편도 일반실 기준), 서울∼목포 4만1천4백원이다. 무궁화호 서울~부산 2만4천9백원, 서울~목포 2만3천3백원과 비교하면 100% 가까이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경부선의 경우 대구~부산을 비롯한 일부 구간, 호남선의 경우 전 구간에서 고속철도와 일반철도가 선로를 같이 이용하는 바람에 고속철도 개통으로 새마을호·무궁화호가 감축 운행된다. 이런 감축 운행에 따라서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은 지역에 따라 2~3배 증가하고, 선택폭은 오히려 좁아진다.
30일 철도청에 따르면 고속철도 개통으로 통일호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새마을호·무궁화호가 50% 이상 감축 운행된다. 경부선의 경우 새마을호는 63개 열차에서 28개 열차로 55%(35개), 무궁화호는 69개에서 20개 열차로 71%(49개) 줄어든다. 호남선도 새마을호는 16개에서 8개로 50%(8개), 무궁화호는 40개에서 22개 열차로 45%(18개) 줄어든다.
통일호 열차가 폐지되면서 교외선 6편, 경원선 9편, 경춘선 4편, 경전선 6편, 영동선 2편, 장항선 4편, 충북선 2편, 동해남부선 11편 등 비수익성 노선 44편의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
대신 통일호 열차 감축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장항선, 경춘선 등 일부 노선에는 45개 무궁화호 열차가 대체 투입된다. 요금은 거리를 감안해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일부 노선은 통근시간대에 맞춰 통일호 열차를 투입하되 이름을 '통근열차'로 바꿔 운행한다.
***일부 지역, "부담·불편 오히려 가중돼"**
일부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개통 전부터 "각종 부담·불편이 오히려 가중됐다"는 반발의 소리가 높다.
경춘선의 청량리~춘천 구간은 통일호 열차 4편의 운행을 중단해 요금 부담이 2천7백원에서 무궁화호 5천2백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하게 됐다. 특히 이 구간의 경우에는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상인 등 지역 주민들의 이용하는 아침 5시40분 첫 차와 밤 10시20분 막차를 없애기로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천안 구간도 마찬가지다. 요금 부담이 기존 무궁화호 열차요금 4천8백원에서 고속철도 요금 1만4백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게 됐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무궁화호 열차 운행이 하루 94회에서 52회로 절반가량 줄어, 배차간격도 10분에서 30여분으로 늘어났다. 주민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고속철이 정차하지 않는 경부선 역(안양, 수원, 평택, 천안, 영동, 김천, 구미, 왜관 등)이나 호남선 역(장성, 정읍 등)을 가려는 주민들은 가까운 고속철도 정차역에서 구간 연계 열차를 이용해야 해 불편도 가중될 전망이다.
천안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회사원 이모씨(28)는 "어쩔 수 없이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언론에서는 철도청에서 내놓은 할인대책을 아주 크게 홍보하지만 무궁화호를 주로 이용하는 나 같은 직장인에게는 별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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