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자녀가 있는 사람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ㆍ검토위원 가운데 30명이 선정기준에 어긋나는 부적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사실이 포함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ㆍ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능시험을 관리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8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수험생 아버지가 수능 출제위원**
감사원은 '2003~2004학년도 수능시험 출제ㆍ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수능시험 출제ㆍ검토위원 가운데 30명이 선정기준에 자격이 미달하는 부적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능시험 응시생을 자녀로 둔 대학교수 5명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돼, 학부모가 수능시험 문제를 출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12명은 대학전임강사 이상으로 설정된 자격기준에 못 미치는 시간강사, 초빙교수, 박사과정자 등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됐고, 출제ㆍ검토위원 가운데 13명은 고교 교사 근무경력 5년 이상에 미달하는 부적격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출제위원 안배에 있어서도 서울대 출신이 58%를 차지하고, 고등학교 교사의 경우 수도권 지역 교사가 93%를 차지하는 등 편중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자는 인맥ㆍ정보에 따라 위원 추천-상급자는 알면서도 묵인**
이런 주먹구구식 엉터리 출제ㆍ검토위원 선정 과정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심한 관행과 상급자의 관리 소홀이 빚은 결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평가원에서 출제ㆍ검토위원을 추천하는 영역별 주무연구원 5명은 출제위원 '인력풀'을 구성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인맥이나 정보에 따라 위원을 추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자격 미달자들이 위원으로 대거 추천됐으나 상급자인 출제연구부장, 수능시험연구본부장 등은 이를 그대로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제ㆍ검토위원의 자격을 심사하는 '추천심사위원회'도 평가원 내부의 임원들로 구성돼 유명무실했고, 회의도 열지 않고 단기일내 출제ㆍ검토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비위 정도가 높은 수능시험연구본부장 등 6명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을, 나머지 2명은 징계를 요구했다.
이밖에 수능시험 주요사항에 대한 규정이 미비돼 있고, 이의신청 처리제도가 없어 출제오류 등 민원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점 등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평가원장에게 ▲수능시험 주요사항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출제ㆍ검토위원의 자격 요건 검증체계를 확립하고, ▲출제오류와 정답 등과 관련한 이의제기가 있을 때 이를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의신청 처리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평가원에 대한 지도ㆍ감독 체계를 교육인적자원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육과정평가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지도ㆍ감독을 받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