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세를 더해가는 가공스런 탄핵역풍에 질겁한 한나라당 대표경선 후보들이 일제히 표를 읍소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권오을, 박근혜, 박진, 김문수, 홍사덕 후보는 22일 SBS와 MBC 토론회에 잇따라 출연해, 한 목소리로 "열린우리당의 1당 독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대다수 후보들은 아직까지도 왜 이처럼 거센 탄핵역풍이 불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과연 그들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 독주 위기감 팽배**
이날 후보들은 한결같이 '읍소 전략'을 구사했다. 전날 KBS 등 일부 언론 여론조사결과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이 싹쓸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부산 등 한나라당 텃밭에서조차 우리당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촛불집회를 "이태백과 사오정 모임"으로 폄하하며 "곧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홍사덕 후보는 이날 나날이 거세지는 탄핵역풍에 질겁한 듯 "이대로 가면 열린우리당이 2백50석 이상을 차지, 일당독재의 위기가 올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강한 개성과 열린우리당의 맹목적 충성심이 합쳐질 때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표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도 이같은 지지율 격차를 노무현 후보의 선동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노 대통령의 국가 운영 방식은 아르헨티나의 페론보다도 훨씬 격렬한 선동주의"라며 "불법, 편법, 탈법을 조금도 서슴치 아니한 그 결과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지지율 격차다. 열린우리당이 일을 잘해서 지지율이 높아진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는 "한나라당이 이라크 파병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나서서 처리하지 않았느냐"며 "한나라당이 불법정치자금으로 부패에 연루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한나라당이 없었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을까도 생각해 본다"고 한나라당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초지일관 "한나라당의 위기는 나라 전체의 위기"라는 주장을 펼치며 "정쟁을 중단하고 긍정의 정치로 나아가는 것이 한나라당의 살 길"이라고 역설했다.
***권오을 "이대로 가면 노무현-노사모 독재시대 개막"**
권오을 후보는 "국민들이 이제는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면서 "정말 이렇게 나가면 포퓰리즘에 의한 일당독주가 시작되고 나라는 나락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지는 것은 상관 없으나 노 대통령과 노사모 독주체제로 가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답답한 것이 당 지도부가 여론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지율 악화를 언론 탓으로 돌리는 현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진 후보 역시 "보수세력과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보수 위기론'을 개진하면서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를 유도했다.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탄핵 철회론을 펴고 있는 김문수 후보는 홍 후보가 '역사적 책무와 총선 승리 중에 어느 것이 중요하냐'며 탄핵 철회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이대로 가면 사상 유례없는 열린우리당 독재시대가 열린다.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 열린우리당 독재를 막는 것이 역사적 책무이자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불철회시 '수도권 필패론'을 내세운 그는 탄핵 철회에 반대하는 홍사덕 등 다른 후보들에게 "국민이 이해를 못하니 이번 총선에서 영남당으로 찌그러지더라도 가야 된다는 뜻이냐"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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