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현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및 전국인미정치협상회의(정협) 개최로 정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개헌문제라는 거대담론뿐만이 아니라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돼 주목된다. 세계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민'들을 세계 전체 토지의 7%만을 갖고 '먹여 살리는' 데 대해 중국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은 고속 경제성장의 결과, 하루 두끼만 먹던 내륙지방 국민들이 세끼를 먹게 되면서 식량부족 사태가 가속화, 정부 차원의 '식량안보' 대책을 서두르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라는 '블랙홀'의 직접적 영향권 안에 들어있으며, 최근 한-칠레 FTA 체결을 통해 식량시장이 완전개방된 우리로서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원자바오 총리, "정부, 곡물생산 담보키 위해 노력"**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경고 목소리는 개막일인 지난 5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정부 공작보고서를 제출한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는 "중국 정부는 농지를 보호하고 농지를 불법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며 "중국의 곡물 생산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농민들에게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중국 국민 가운데 약 98%가 농업과 농민 ,지방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와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에게도 식량안보와 농민 소득을 높이는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회와 국무원은 농업 분야와 관련해 곡물생산을 늘리고 9억 농민 인구에 대한 세금감면과 농업인프라 조성을 위한 투자 증대 등을 올해 농업분야의 중점 과제로 삼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재무소조의 천시원 부주임도 "현재 중국정부부처들은 경작지를 엄격하게 보호하기 위해 토지임대에 대한 관계법령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22%의 인구, 전세계 7% 토지로 생존"**
농업분야에 대한 원자바오 총리의 기조 발언에 이어 진행되고 있는 전인대와 정협의 주요 논의과정에서도 중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감이 여러 차례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8일 전인대 회의 석상에서 하북성 대표로 참석한 허베이농업대학의 류다췬(劉大群) 총장은 "식량안보문제는 국가전략적인 자원문제"라며 "식량생산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미래의 우려스런 모습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매년 식량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근본 문제로 원 총리와 마찬가지로 농경지 감소를 꼽았다. 1996년에는 공유경작지 면적이 19억5천만ha였지만, 2003년에는 18억 8천9백만ha로 매년 평균 1천만 ha 정도씩 감소됐다는 것이다 .
그는 "토지는 우리 의식의 근원이고 생존의 본령"이라며 "인구가 많고 경작지가 적은 것이 중국의 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전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전세계 경작지의 7% 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중국 곡물가격이 이미 국제시장가격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난성 대표로 참석한 송쉬엔타오(宋璇濤) 대표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곡물 가격은 미국산 곡물보다 20% 정도 비싸다"고 우려했다.
***"2003년 1인당 곡물 생산량 최저치"**
또한 이날 중국의 유명한 농업경제학자이자 잡교벼를 개발한 위앤롱핑(袁隆平) 정협 위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내 곡물생산량은 1998년 5억1천2백만톤에서 2003년에는 4억3천1백만톤으로 줄어들어 매년 2천5백만톤에서 3천5백만톤이 부족해졌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한 해 평균 곡물생산 최저선은 4억8천5백만톤으로 평가돼 왔는데 이렇게 감소하다 보니 정부 곡물보관량 감소가 초래됐고 1인당 평균 곡물생산량도 1996년에는 4백14kg에서 2003년에는 3백33kg으로 감소했다.
2003년의 1인당 곡물생산량 수치는 지난 10년동안 가장 낮은 수치로 이에 대해 신화사통신은 "2003년은 중국 식량안보의 전환점"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 농무부 부부장인 장바오원은 중국정부는 오는 2005년에는 곡물생산을 4억6천만톤으로 늘리고 1ha 당 생산량을 60kg 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지난 1995년 이미 미국 워싱턴 지구정책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누가 중국을 부양할 것인가>라는 저서를 통해 경고한 바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운 소장은 인구증가와 목초지 및 농경지의 황폐화는 결국 중국의 곡물 자급 능력을 무너뜨려 세계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최근 중국내 쌀 가격 폭등**
중국내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주식 가운데 하나인 쌀 가격 상승 등으로 피부에 와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화사통신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사는 지역의 쌀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시와 난징시 등 주요 도시들에서 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30%나 올랐으며 전반적인 농산품 가격도 15%나 상승해 이에 따라 안정적인 쌀 공급을 위한 긴급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시도 정부가 저소득층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쌀 품귀에 대비해 긴급 비축분을 마련하고 나섰으며 장쑤성 난징시 정부는 지난 주 곡물시장에 대한 일일 점검 등 가격 폭등세를 막기 위한 일련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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