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에 여성 형상을 한 '리얼돌'이 등장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자원부 국정감사에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리얼돌을 가지고 나와, 자신의 옆자리에 두고서 질의를 이어나갔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리얼돌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라 수입된 게 이 모델"이라면서 "대법원 판결 이후 통관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관세청은 관련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통관을 불허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막기 쉽지 않지 않겠나"라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청와대가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맞춤형 리얼돌에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고 했는데,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원천적으로 수입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을 규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세계 성인용 섹스토이 시장이 2020년 33조 원이나 되기에 산업적 측면에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리얼돌'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정부는 속도조절을 언급했다. 국감에 출석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리얼돌' 관련 "과연 정부가 진흥해야 할 산업인지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신중론을 펼쳤다.
앞서 지난 6월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관계당국은 수입금지 조치를 풀지 않고 있다. 여성계의 반발이 크다. 지난달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시위'에서 주최측은 대법원이 "리얼돌은 성기구"라고 한 점을 두고 "'성기구'가 여성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여성의 신체를 오직 성기구로만 바라본다는 의미"라며 "리얼돌은 여성의 인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이루어진 '리얼돌 수입 금지 촉구 청와대 청원'은 26만 명이 동의했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독특한 증거를 가지고 나와 화제를 일으키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와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마찬가지로 수입·판매 찬반 여부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리얼돌'을 국감장에 가지고 나온 것은 부적절 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리얼돌'을 두고,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 및 성상품화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형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리얼돌은 산업이 아닌 인권의 문제"라며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활동가는 "여성들이 실제로 겪는 폭력과 그에 대한 우려와 공포에 관심을 가진다면 국회에 리얼돌을 가지고 나와 산업이라 육성하자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조건, 인권에 대한 몰이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