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맡을 예정이었던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에 대해 미국측이 공동 주둔과 작전권 지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라크의 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고 특히 키르쿠크 지역에서는 민족간 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에서 미군과 공동으로 주둔하게 되면 한국군 또한 미군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대상으로 전락될 위험성이 매우 크며, 작전권이 미국에게 넘어갈 경우 소탕작전 등에도 동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군, 당초 특정지역 맡기로 한 한국군에 공동주둔 요구**
7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한국군이 키르쿠크의 치안을 독자적으로 맡아 주도록 요구했던 미국측이 최근 기존 입장을 바꿔 이 지역에서 공동 주둔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미 양국간 합의 사항과 국회 파병동의안에 따르면 한국군 사단은 이라크 특정지역을 전담하게끔 돼 있었으나 이러한 사항에 대해 미군측은 요구를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일각에서는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주둔하며 공동작전을 필 경우 작전 효율성 면에서는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한국군도 미군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퍼져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8일 이와 관련 “미측으로부터 키르쿠크 지역 공동주둔을 공식적으로 요구받은 바 없다”면서도 “이라크 현지협조단 파견시 미측이 키르쿠크 비행장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군사작전상 일정 규모의 미군 주둔 필요성을 실무차원에서 제기한 바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말 자이툰 부대장인 황의돈 육군 소장 등 국방부 현지협조단은 파병에 앞서 이라크 현지에서 미군측과 한국군 파병과 관련해 협의하고 돌아온 바 있다.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작전 지휘권도 요구**
한편 미군측은 공동주둔 이외에도 주둔시 파병 한국군이 이 지역 미군의 작전 지휘를 받길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파병 한국군은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을 독자적으로 관할하고 바그다드 연합합동사령부의 지휘를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한국군의 추가 파병이 늦어짐에 따라 지난달 말 키르쿠크 지역의 미 173공정여단을 철수시키는 대신 새로 하와이에 주둔하던 미 25사단 2여단을 투입한 미군은 이라크 북동부 지역을 맡고 있는 미 4사단 사령부의 통제를 받길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이 미군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 되면 독자적인 작전 수행이 힘들어 미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미군 요구, 키르쿠크 상황 악화에 따른 결과인 듯**
미군측이 이처럼 당초 내용과는 다른 사안을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의 상황이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북부 중심축선인 키르쿠크 지역은 최근 쿠르드족이 자치를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민족간 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쿠르드족은 특히 자치권을 요구하는데 있어 키르쿠크 지역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따른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미군측이 수니 삼각지역에 대한 소탕작전을 강화하자 이 지역으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이라크 북부 지역이 제 2의 수니 삼각지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군의 직접적인 작전통제를 받거나 공동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재건지원을 명분으로 파병한 한국군도 미군 등의 외국군과 마찬가지로 침략군으로 비쳐질 우려가 커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미군과의 공동순찰 등의 미군측 요청에 대해 한국정부는 폴란드, 일본, 스페인 등 다른 파병국가도 모두 독자적인 지역을 담당하고 있음을 상기해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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