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탄공격으로 최근 8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이라크 정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이라크에 파병할 한국군에 대해 미국 국방부장관이 공개적으로 이라크의 위험한 상황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촉구해, '병 주고 약 주는 식'이 아니냐는 눈총을 자초하고 있다.
***미 국방, “이라크는 매우 위험한 지역, 한국군 대비 철저히 해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 "이라크는 매우 위험한 지역인 만큼 한국군도 주둔할 때 위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주에 갔다 왔는데 이라크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라며 "치안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사제폭탄, 차량 폭탄, 지대공 박격포 등으로 무장한 테러 잔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 장소에서나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일삼고 있는 테러집단 때문에 치안 유지 병력을 이라크인으로 계속 증강시키고 있다"며 "현재 이라크에는 20만명의 이라크인 치안유지 병력과 11만5천명의 미군, 1만5천~2만명의 연합군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체 병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는 김 북미국장 외에 한승주 주미대사, 이수혁 차관보, 문영한 대사관 무관 등이 배석했고 미국측에서는 피터 로드맨 차관보,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 등이 함께 자리했다.
***노대통령의 '파병 안전론'과 정면배치**
이같은 럼즈펠드의 발언은 최근 이라크에 파병해도 전투할 상대가 없다며 '파병 안전론'을 편 노무현대통령의 발언과 정면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 "한국군이 가서 전투할 곳이 없으며 전투할 상대도 없다. 방어가 중요하다. 이른바 전투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었다.
노대통령은 또 특전사 중심으로 이라크 파병부대를 구성한 데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보통 특전사라고 하면 공격 기능 중심의 전투부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우리가 갖고 있는 군부대 중에서 우수한 민사작전 능력을 가진 부대가 특전사"라고 주장했었다.
***럼즈펠드, “미군, 완벽하게 이라크인 보호할 순 없어”**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최근 이라크 상황과 관련해 “미군이나 이라크군이나 모두 이번주 시아파 이슬람인들을 겨냥한 공격과 같은 최악의 공격에 완벽하게 이라크인들을 보호할 수는 없다”고 강변했다.그의 이같은 강변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서 미군 주도 연합군이 이라크인들에게 충분한 치안 보호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난이 점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또 “밤이나 낮이나 어느 순간에, 모든 고려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항해, 모든 장소에서 이라크인들을 보호하기란 이라크 군이나 미군은 물론이고 모든 치안군에게 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최악의 폭탄 공격으로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이라크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미국이 유전을 차지한 뒤 이라크 치안에는 관심도 없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폭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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