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중ㆍ고등학교 교장회가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을 전국구에 공천하라는 서명운동을 추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교육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사립 중ㆍ고교 교장회는 지난달 26일 일선 학교에 업무연락을 보내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의 전국구 공천을 촉구하는 교원대상 서명운동'을 벌여온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대구 남구)은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에 앞장선 의원 중 1명으로 그동안 사립 중-고교 등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으나, 지난 1월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사립 중ㆍ고교 교장회, '현승일 전국구 만들기' 서명운동**
전교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사립 중ㆍ고교 교장회는 일선학교에 업무연락을 보내 '현승일 의원의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을 촉구하는 교원대상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교장회는 현승일 의원에 대해 "대한민국의 참된 교육정책 정립을 위해 놓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아니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인물"이라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국구 공천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할 것을 강권했다.
국민대 총장 출신의 현승일 의원은 사립대총장협의회장을 지낸 교육계의 대표적인 사학 옹호인사로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집권시 교육부총리 물망에도 올랐던 사람이다. 현승일 의원은 국회 교육위 소속으로서 지난 2001년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사학재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평가다.
***전교조 등 교육단체 강하게 반발**
이같은 서명운동 움직임을 포착한 전교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교육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사학국본)'는 3일 성명서를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교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교사들에게 불법 행동을 종용하고, 교사들의 정치적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교장들이 신학기를 맞아 바쁜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기는커녕 교육현장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고 서명운동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현승일 의원은 사학비리로 몸살을 앓아온 덕성여대 전 이사장으로부터 1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으며,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등 사학재단과 끈끈한 유착관계를 가진 대표적 인물"이라며 "사립 중ㆍ고등학교장회가 현 의원을 다시 국회의원 후보로 추대하고 나선 것은 자신의 기득권 수호를 위해서라면 염치와 체면도 돌아보지 않는 태도"라고 질타했다.
사학국본은 3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사립 중ㆍ고등학교장회의 서명운동 움직임을 불법 선거개입으로 규정하고, 법률적 검토를 거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현승일 의원은 "불출마 선언"**
한편 정작 당사자인 현승일 의원은 지난 1월 이미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여서, 사립 중ㆍ고교 교장회 서명운동의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현승일 의원은 지난 1월9일 개인적인 사정과 선거구 재조정(대구 중ㆍ남구) 등의 이유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당시 현 의원은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부인 곁에서 보내온 편지를 통해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한 가지 바람으로 국회의원직을 수행해 왔지만 얼마만큼 소임을 다했는지 스스로 자책된다"면서 "개인적 사정으로 이렇게 멀리서 지면으로 말씀을 올린다"면서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처럼 본인이 일찌감치 불출마 입장을 밝힌 마당에 중-고교 교장단이 이처럼 '현승일 전국구 만들기'에 조직적으로 나선 것은 아무래도 그 배경이 미심쩍다는 게 교육계의 의구심어린 눈길이다.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현의원 본인의 '전국구 불출마' 의사가 피력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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