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 6자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협상중인 미국 대표단에게 북핵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의 인내력이 바닥날 수 있다는 경고를 분명히 하라는 강경지시를 내려, 결국 공동성명 대신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선에서 회담이 끝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같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부인하고 나섰으나 지난 2차 회담이 좀더 진전된 결과를 내지 못한 데에는 부시의 강경 입장이 주요요인이었음을 감지케 하고 있다.
***WP, “부시, 6자회담서 미 인내력 바닥 경고 지시”**
워싱턴포스트는 4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6자회담 당시 중국이 미국에 좀더 유연한 자세를 요청한 이후에 부시 대통령은 미 대표단에게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인내력이 바닥나고 있음을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부시 행정부의 선의는 바닥날 수 있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위에 여전히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시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을 중국이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하자, 딕 체니 부통령과 다른 고위 관리들과 협의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시를 내린 시점은 바로 회담 셋째날로 세부적인 성명 초안을 만드는 순간이었으며,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인해 세부적인 성명 조율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의장국인 중국은 회담 당사국들이 회담을 지속하자는데 합의하는 좀더 ‘부드러운’ 성명 채택을 주장했으나, 이번에는 북한이 마지막에 돌아섬에 따라 그 노력도 실패했던 것으로 WP는 보도했다.
WP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가 주변 동맹국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과 깊숙이 연관을 맺는데 얼마나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내 외교를 통한 해법을 주장하는 측과 북한과의 대립 압력을 지향하는 측 사이에 논쟁이 지속적으로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외교관들은 이어 “그러한 결과로 이번 회담에서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미국측 성명의 효과는 반감됐으며 사실상 북한도 군사적 목적이 아닌 핵개발을 유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역행정책을 썼다”며 “앞으로의 길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중국 제안한 초안 거부”**
한편 WP는 지난해 12월에도 체니 부통령이 포함된 미 고위 외교자문관들은 중국측이 제출한 합의문 초안에 미국이 그동안 주장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프로그램 해체’(CVID)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성명 초안을 마련하지 않고 2차 회담에 그냥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는 달리 “중유 공급은 물론 유리공장 지원 약속을 하는 등 5천만달러 상당의 지원을 북한에 제공함으로써 북한이 회담에 참여하도록 유인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아울러 중국은 회담 초기에 6개 당사국들의 제안 목록을 효율적으로 담고 있는 합의문 초안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이 목록에 미국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데 동의하는 경우에 준비한 ‘조율된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조율된 조치 첫단계로 미국은 북한에게 다자안전보장에 논의할 수 있음을 밝히고 프로그램이 거의 해체되면 미국은 외교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목록에서 핵 프로그램 포기 대가로 보상을 강조했고 부시의 ‘악의 축’ 발언들을 거론하며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한다면 핵무기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기타 참여국들은 북한이 조건을 충족한다면 북한을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회담이 그나마 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성명에 동의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이 고립될 것이라는 중국의 의사 표명과, 대화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이후에야 가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담 마지막날 북한이 다시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의장성명 형식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파월, “미, 인내력 가지고 있어”**
한편 파월 국무장관은 반기문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4일 보도했다.
파월장관은 미국이 북핵폐기 문제와 관련해 인내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WP 보도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일부 국가가 북한이 핵폐기의 일환으로 핵동결에 동의한다면 북한에 보상하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일본은 초기 단계에서는 그러한 보상 제공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북한에 대한 지원 몫은 한국 등에게 떠맡길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오늘 아침 신문(WP)이 시사한 것처럼 '새 위기 상황'에 있지는 않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며 “우리가 시간이 고갈되고 있다던가 또는 만일 무엇인가가 한두달 내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 과정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의미의 급박함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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