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이슬람 최대 성일인 아슈라(애도의 날)를 맞아 이라크에서 최악의 자살폭탄공격과 로켓 공격이 발생해 2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숨지고 4백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공격은 이라크전 주요 전투가 종료된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로 미군 당국과 이라크 지도자들은 알-카에다의 소행으로써 내전을 야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나, 이라크인들은 오히려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시아파 최대 성일 맞아 자살폭탄공격 발생, 2백여명 사망, 4백여명 부상**
이라크 바그다드와 카르발라에서 이슬람 시아파들의 최대 성일인 아슈라를 맞아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경 자살폭탄공격과 폭발공격 세 건이 잇따라 발생해 수백명이 사망하고 부상당했다.
이라크주둔 미군 대변인인 중부사령부 소속 마크 키미트 준장은 “바그다드 북서부 카지미야 사원에서 세 건의 자살폭탄공격이 발생해 58명이 숨지고 2백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백10km 떨어져 있는 이라크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에서도 한건의 자살폭탄공격 외에 박격포 공격과 매설된 폭탄이 터져 85명이 사망하고 2백3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FP 통신은 이라크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카르발라에서는 최소 1백12명이 사망했으며 바그다드에서도 70명이 숨졌다”고 전해 사망자 숫자가 최소 1백82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적어도 1백70명이 사망했으며 두 도시에서 부상자만 4백명을 넘는다”고 전했으며 AP통신도 “비공식집계로 사망자가 2백23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공격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통치하에서는 금지돼 있던 시아파 교도들의 종교의식을 기념하는 날 발생했다. 아슈라(애도의 날)로 이름 붙은 이날은 카르발라에만 최고 2백만명의 이슬람교도가 운집해 있었으며 속죄를 바라는 종교의식 차원에서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내는 도중에 발생했다.
***미군, 이라크과도통치위, 자살공격 배후로 알-카에다 자르카위 지목**
이번 공격을 주도한 단체로 미군과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는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를 지목하고 나섰다. 자르카위는 그동안 이라크에서 발생한 일련의 저항공격의 배후로 의심을 받아왔다.
미군은 자르카위에게 현상금 1천만 달러를 걸기도 했으며 미군 당국은 지난달 그가 이라크에서 종파간 분쟁을 야기하기 위해 시아파들에 대한 자살 공격을 촉구하는 편지가 담긴 컴퓨터 디스켓을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커미트 준장은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은 명백히 잘 조직된 테러”라고 비난하며 “사건 직후 카르발라에서는 3명의 용의자들이 체포됐으며 바그다드 사원 근처에서도 자살폭탄공격을 자행하기 위해 폭발물을 몸에 두르고 있던 범인을 한 명 체포했다”고 말했다.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 시아파측 위원인 모와파크 알-루바이에도 “이번 공격은 자르카위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폴브레머 이라크통치위 미군 최고행정관도 “테러리스트들은 이라크가 민주주의로 향하는 여정을 막기위한 유일한 방법은 테러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자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당초 이번주에는 이라크과도통치위에서 합의된 이라크 임시 헌법이 서명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라크인들, 이번 공격과 관련 미군에 대한 적대감 드러내 **
하지만 이라크과도통치위는 이번 공격과 관련 알-카에다를 비난하면서도 이번 사태로 인한 ‘공황상태’가 종파간 분쟁으로 확산될 것을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알-루바이에 위원도 “자르카위가 원하는 이라크의 내전과 종파간 분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라크내 종파간 단합과 일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나자프에서 성명을 내고 국가적 단합을 요구하면서도 미군 주도의 연합군을 비난했다. 이라크국내로 해외저항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은 미군의 책임인데도 미군은 충분히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많은 시아파 교도들도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으로 미군의 잘못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카지미야 사원 밖의 한 스피커에서는 “이번 공격은 유대인과 미 점령군 소행”이라는 소리도 들렸으며 한 성직자는 “복수하기 위해 누가 이번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성난 군중들은 사태를 통제하려는 미군과 그 의료진에게 돌을 던지는 등 공격하기도 했으며 미군 차량은 주변 기지로 물러나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병사 두 명이 부상당하기도 했으며 미군들은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측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저항세력 이외에도 민감한 이라크 종교 의식에 간여하지 않기 위해 이번 공격을 직접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미군과 연합군은 폭력이 예상되는 가운데도 민감한 종교의식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행사장에서 물러났다고 BBC 방송은 보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