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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불출마 선언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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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불출마 선언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정치를"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철희 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 생활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1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15일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특유의 촌철살인과 정치 평론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던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외부 인재 영입 1호로 영입해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며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특정 인사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고 인격모독을 넘어 인격살인까지,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무한 정쟁의 소재가 된 지 오래"라며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가 해답(solution)을 주기는커녕 문제(problem)가 돼버렸다"며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둘렀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며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이라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말미에 '사족'이라며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 검찰 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러운 인내였다고 믿는다. 검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불출마 선언에는 '조국 정국'을 거치며 제기된 정치 실종 문제와 관련해 새겨볼 만한 대목이 많다. 전문을 싣는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습니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지요.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허나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입니다.

특정 인사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고 인격모독을 넘어 인격살인까지,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무한 정쟁의 소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 또한 지금의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도 야당 때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피장파장이라고 해서 잘못이 바름이 되고, 그대로 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입니다.

민주주의는 상호존중과 제도적 자제로 지탱되어왔다는 지적, 다른 무엇보다 민주주의자로 기억되고픈 제게는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상호존중은 정치적 상대방을 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제도적 자제는 제도적 권한을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해답(solution)을 주기는커녕 문제(problem)가 돼버렸습니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습니다.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두릅니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듭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습니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습니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습니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합니다.

사족 하나.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에게 주어졌던 기대와 더불어 불만도 저는 수긍합니다. 그가 성찰할 몫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 욕심 때문에 그 숱한 모욕과 저주를 받으면서 버텨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 자리가 그렇게 대단할까요.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러운 인내였다고 믿습니다. 검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합니다.

아직 임기가 제법 남았습니다. 잘 마무리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10월 15일, 국회의원 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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