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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딱정벌레에 미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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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딱정벌레에 미친 사람들"

[신간] <남극 탐험의 꿈>과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

어떤 대상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그 대상이 큰 노력과 희생이 따르는 어려운 일이거나,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우리나라가 남극을 제대로 연구한지 17년 동안 4번에 걸쳐 월동대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극지 연구의 기초를 닦은 장순근 박사(한국해양연구원 극지 연구소 책임연구원), 국내 유일의 딱정벌레 전문 동아리 '비틀스(Beetles)'를 창립하고 그 후 10여년 동안 깨어 있을 때에는 딱정벌레를 채집, 관찰하고 잘 때에는 딱정벌레 꿈을 꾸는 나날을 보낸 한영식 씨는 바로 그 열정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17년간, 10여 년간의 쌓아온 열정의 산물이 사람 냄새 가득한 글과 3백여 장의 사진으로 우리들 앞에 선보였다. <남극 탐험의 꿈>과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이상 사이언스북스 간)가 바로 그 책이다.

***남극 탐험의 역사와 세종 기지 이야기**

"2003년 12월7일 오후, 우리나라가 남극을 제대로 연구한 지 17년 만에 비극이 생겼다. 남극 바다는 피지도 못한 젊은 영혼을 사정없이 거두어 갔다. 이제부터 나는 그의 영혼이 깃든 남극 세종 기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그가 젊음을 바친 대한민국 극지 연구가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남극 탐험의 역사와 세종 기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장순근 박사의 <남극 탐험의 꿈>은 고 전재규 대원을 추모하는 글로 시작한다. 17년 동안 우리나라 극지 연구의 초석을 닦아 온 장순근 박사로서는, 이제 막 그의 길을 따라오려는 후배의 죽음이 누구보다도 더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남극 탐험의 꿈>에는 바로 '그 후배의 죽임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책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남극 탐험의 역사, 세종 기지의 역사와 극지 연구의 현황, 남극의 자연 환경과 생태를 묘사하고 남극 기지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은 '한 권으로 읽는 남극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1599년 최초로 남극의 관문인 사우스셰틀랜드 군도를 발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네덜란드의 디륵 게리츠의 얘기를 시작으로 최초의 남극점 정복에 성공한 노르웨이의 아문센, 그와 경쟁하다 목숨까지 잃은 영국의 스코트, 탐험선은 좌초했지만 20개월 동안의 사투 끝에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전원이 살아남는 신화를 남긴 어니스트 섀글턴 같은 '영웅'들의 얘기를 매혹적으로 풀어낸다. 이런 남극 탐험 시대에 이어 194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여러 나라의 남극 기지가 건설된다. 2장부터는 본격적으로 그 가운데 동참한 세종 기지와 세종 기지 사람들의 얘기가 담겨 있다.

책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극의 독특한 자연 환경과 생태를 묘사한 3장과 세종 기지 사람들의 얘기를 애틋하게 풀어낸 4장이다. 잿빛 하늘, 눈으로 덮인 빙원, 눈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검은색 바위 그리고 그 안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말하는 펭귄, 해표, 물개, 범고래, 눈 속에서 자라는 이끼 등 장순근 박사가 인도하는 대로 사진을 보면서 접하는 남극의 자연 환경과 생태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런 자연 환경과 생태가 경이로운 자연이 주는 감동이라면, 그 안에서 고립된 채 추억을 서로 공유하면서 열정만으로 버티는 세종 기지 사람들의 얘기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남극 기지 사람들은 빙판 축구로 외로움을 해소하고, 극지 기지의 도장이 찍힌 극지 봉투를 수집하는 수집가들과 교류하면서 만드는 새로운 인연들.

장순근 박사는 마지막으로 두께가 1백50미터가 넘는 얼음으로 덮인 남극 대륙에 제2기지를 열 것을 마지막으로 제안한다. 남극은 잘 아는 것은 단순히 남극이 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은 아니다. 남극은 환경 파괴의 신호등이자 지구 환경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알려주는 비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고 전재규 씨의 영혼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의 희생을 바탕으로 남극과 북극을 더 잘 연구해 우리나라의 극지 과학과 자연과학의 연구를 한 단계 높이는 것만이 남은 사람들이 할 일이다"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

1993년 4월 18일, 한영식 씨는 친구(이 친구가 졸업 후 국내 최대의 인터넷 애완 곤충 사이트 '충우(www.stagbeetles.com)'를 만든 장영철이다.)와 딱정벌레 채집 동아리를 결성한 뒤 첫 채집에 나섰다. 한영식 씨는 이날부터 10여 년간 평생 계속될 딱정벌레 채집가의 세계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딱정벌레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만 해도 생물학 하면 실험복을 입고 연구실에서 실험에 열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내 미래의 모습도 그런 실험실 연구자로 그리곤 했다. 그렇지만 딱정벌레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꿈과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딱정벌레 세계에 빠져들면서 길을 걸을 때에는 땅바닥만 보고 가고, 산에 가면 쓰레기가 가득한 휴지통부터 뒤지고, 냄새나는 시골의 화장실에 가도 뭐가 있나 구석구석을 찾아봤다. 동물의 배설물이나 꽃 주위, 죽어서 쓰러진 나무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딱정벌레 연구로 한씨는 이제 명실상부한 최고의 아마추어 딱정벌레 연구가가 됐다. 10년 가까이 채집을 하면서 1천여 종에 가까운 우리나라 딱정벌레를 채집했고, 동아리 후배인 이승일 씨의 도움을 받아 3백여 장에 이르는 딱정벌레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졸업하고 안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영식 씨는 지금도 틈만 나면 채집 도구를 챙겨들고 딱정벌레를 찾아 나선다. 무엇이 그를 '딱정벌레 폐인'으로 만들었는가?

사슴벌레, 무당벌레 등 딱정벌레는 이름이 붙은 것만 35만 종으로 전체 동물의 75%를 차지하는 곤충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실상 지구의 숨은 지배자이다. 딱정벌레의 역사는 2억4천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그 서식지는 사막에서부터 추운 극지까지 거의 지구 전체를 포괄한다. 지구를 '딱정벌레 왕국'이라고 해도 허언이 아닌 셈이다.

이 책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는 이런 '딱정벌레 왕국'을 10여 년간 여행해 온 딱정벌레에 대한 한 씨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양한 딱정벌레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동물 사체를 먹는 송장벌레를 찾아 쥐의 사체를 뒤진 얘기, 나뭇더미 속에 숨은 바구미와 하늘소를 찾기 위해 3~4미터 높이의 나뭇더미를 아슬아슬하게 올라간 얘기 등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딱정벌레에 대한 온갖 사실들이 머릿속에 속속 들어옴은 물론이다.

한 씨는 개발에 밀려 딱정벌레들이 서식지를 잃어 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적하고 있다. 서식지에서 쫓겨난 딱정벌레들은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간다. 그중에는 이름이 있는 딱정벌레도 있고, 이름조차 불려 본 적도 없는 종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딱정벌레 같은 곤충도 배려하는 생태적 마인드를 갖기를 권유한다.

"사람들은 더 편하게 살기 위해 산을 허물고 그 아래에 공공 기관, 아파트, 음식점, 주유소 같은 건물들을 지었다. 그 건물들은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장소이고 꼭 필요한 장소일지 모르나 딱정벌레 같은 곤충에게는 죽음의 함정이다. 딱정벌레 같은 작은 동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그들이 인간의 잘못으로 죽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가로등 불빛 하나에서부터 대규모 개발 정책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이용하거나 개발하는 데 있어 우리는 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씨는 딱정벌레를 만난 것을 계기로 '관심'이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딱정벌레에 대한 '관심'이 다른 생태계, 세상살이,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로부터 딱정벌레와 곤충의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선물로 받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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