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이 논란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고위 관리들은 연일 국제사회에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스스로 농축우라늄 연료를 세계 각국에 판매해 온 반면 농축우라늄의 사용후 연료는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그렇게 비난하고 있는 핵확산의 발단국은 바로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美, 50년대부터 이란 등에 농축우라늄 공여, 판매”-“美, 핵확산 발단국” **
미국 에너지부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50년대부터 파키스탄이나 이란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평화적 이용 목적으로 생산한 농축 우라늄 연료를 공여, 판매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부는 이후 농축우라늄의 확산에 대한 우려로 인해 1996년부터 이를 다시 회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회수율이 총량의 15%에 머물 정도로 회수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7일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1993년 기준으로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제 농축 우라늄의 총량은 51개국 약 1만7천5백킬로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미국이 고심하고 있는 핵확산 발단 책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에 있는 것에 대해 미 정부 내에서 우려감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용후 연료 회수, 1988년 이후부터 긴급이유 제외하고는 중지 **
미국이 이러한 농축우라늄의 해외 공여를 시작한 계기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3년 유엔 연설을 통해 제창한 ‘평화를 위한 원자력’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 당시 미국은 각국에 농축우라늄 공여를 시작하며 “핵무기 개발에 이를 유용하지 않고 사용이 끝난 연료는 미국에 반환한다”는 조건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1964년부터 농축우라늄을 단순히 공여 차원이 아니라 판매를 시작하게 됐고 이후부터는 사용이 끝난 연료의 반환을 조건으로 내붙이지는 않았다. 다만 사용후 연료의 처리를 매각받은 국가가 요구하면 받아들이는 조치는 취해왔다. 하지만 이 조치도 1988년부터는 긴급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중지했다.
미 에너지부가 밝힌 이런 내용에 따르면 미국 농축우라늄 공여사업은 비핵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핵무기 보유국이 비보유국에게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약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발효된 1970년 이후에도 계속된 것이다.
***1996년에서야 미국 안전 우려로 회수 재개, 그러나 회수율 15% 불과**
미국은 이후 1978년에서야 핵물질 확산을 우려해 우라늄 농축도를 저하시켰다. 미 에너지부의 보고서에는 공여, 판매된 연료의 우라늄 농축도나 국가별 공여 시기, 양은 나와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경수로에서는 핵연료가 되는 우라늄 235의 비율을 천연 우라늄에 포함돼 있는 0.7%보다 3~4% 높여 사용한다.
미국 당국은 또 우라늄 농축도를 저하시키는 조치만 취하고 그동안 세계 전역에 공여, 판매한 농축우라늄의 사용후 연료에 대해서는 방치해 오다가 지난 1996년에서야 비로소 ‘국가 안전보장에 위협 요소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회수 사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미 에너지부도 “공여를 받은 대상국가가 회수 비용을 부담하는 등의 조건 등이 있어서 어느 나라라도 회수 사업에 전면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등 회수 작업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러한 우려는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점에서 미국에 반환된 농축우라늄은 약 1천1백 킬로에 불과해 나머지 1만킬로를 넘는 농축우라늄은 그대로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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