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부안 문제를 김종규 부안군수에 떠넘기면서, 2ㆍ14 주민투표로 "여론조사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할뿐, 반성할 줄 모르는 중앙정부의 한심스런 현주소다.
***이 산자 장관, "부안 문제는 김종규 군수에게 공이 넘어가"**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17일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안문제는 이제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공이 넘어갔다"면서 "이번 부안의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은 없고 여론조사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원전 수거물 부지 관련 일정은 5월말에 주민들이 주민청원을 내면 9월15일까지 지자체가 예비신청을 하고 11월말에 주민투표를 거쳐 본신청을 하게 돼 있다"면서 "부안은 이미 예비신청까지 돼 있기 때문에 9월15일 이후의 주민투표는 전적으로 김종규 군수의 소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부안군이 16일 "7월말 주민투표법이 발효되고 평온을 되찾으면 오는 9월께 공식적인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부안군과 정부가 2ㆍ14 주민투표에 대한 대응을 위해 입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안군은 "4ㆍ15 총선 때까지 찬ㆍ반 양측이 모두 집회를 중간하고 냉각기를 가진 뒤 대화를 위한 실무기구를 구성해 투표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많은 정보가 왜곡되고, 찬성측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가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부안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부안 주민, "군수 퇴진운동 전개"**
부안군과 입을 맞춘 듯한 산자부 장관의 무책임한 발언은 현재 부안의 상황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부안 주민은 2ㆍ14 주민투표를 계기로 '백지화 선언 후 생업 복귀'를 선언한 상태고, 곧바로 군수 퇴진 운동을 2월 마지막 주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부안 대책위 이현민 집행위원장 권한대행은 17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군수 퇴진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면서 그 대강의 내용을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먼저 2ㆍ14 주민투표를 앞두고 김종규 군수가 앞장서 했던 공무원 동원 건에 대한 형사상 고소고발을 비롯한 책임을 묻고, 부안 주민이 동참하는 '주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행은 "이미 김종규 군수는 가는 곳마다 주민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군수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주민 불북종 운동'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논의해봐야 하나 김종규 군수가 주도하는 군 행정에 대한 철저한 거부를 통해 김 군수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 "주민들의 생업 복귀와 함께 군의원들이 등원한다"면서 "등원한 군의원들도 대책위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으면서 예산 등 군의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종규 군수를 압박해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제도가 마련되면 김종규 군수는 소환되는 첫 번째 지자체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들은 19일경까지 현 대책위 틀에 대한 개편 논의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민들과 언론에 공표될 예정이다. 대책위의 '군수 퇴진 운동'이 본격화되면, 이미 지난 7월 이후 사실상 군에 대한 장악력을 잃은 김종규 군수는 완전히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핵폐기물처리장과 같은 정부 주도 국책 사업의 실책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떠넘기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시 한번 정부의 무력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현민 권한대행은 "정부가 2ㆍ14 주민투표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늦게라도 정부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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