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와 테네시 등 남부에서도 존 케리 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완벽한 경쟁력을 보이며 독주를 이어가자 민주당 지도부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 본선에서의 ‘체력’ 비축을 위해 민주당 경선에서 물러날 사람들은 물러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마저 딕 게파트, 조 리버맨, 봅 그래이엄, 모슬리 브라운의 낙마 대열에 합류했으며 이제는 남아있는 후보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가 됐다.
***민주당 지도부, 민주당 경선 ‘교통정리’ 나서, 후보 사퇴 압박**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지명전이 완벽한 ‘흥행 성공’을 거두며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로 끌어올리자 민주당 지도부는 희색이 만면한 반면 이제는 경선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원들은 10일 치러진 테네시와 버지니아의 예비선거를 통해 경선전이 확실히 좁혀져 이제는 부시 대통령과의 1대1 대결이라는 진정한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한 사람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도 이와 관련, “지금까지 이번 지명전은 민주당에게 축복이었다”며 “민주당 경선에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후보자들은 부시에 대해 맘껏 공격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는 오늘밤 이후로 바로 선별과정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즉 이제는 케리 후보로 민주당의 역량을 집중하고 그러기 위해서 여타 후보는 경선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테리 맥올리프 의장도 올해 초 “2월 3일 예비선거이든 코커스이던지 간에 한번도 승리하지 못한 후보는 누구라도 퇴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케리, 존 에드워즈, 클라크 이외 모든 후보는 물러나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레온 파넷타는 이에 더해 “민주당원들은 케리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하며, 이제 11월 대선 승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해 강도 높게 후보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치열한 예비선거에서 자금 바닥날 것 우려**
민주당 지도부들이 본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강조하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금난. 경선에서 자금을 모두 쏟아 붙다 보면 정작 부시 대통령과의 본선에선 쓸 돈이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1억5천만 달러를 저축해 놨으며 앞으로 1억7천만 달러에서 2억달러까지 더 모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올해 민주당 경선 스케줄을 상당히 압축적으로 짠 것도 예비선거가 너무 오래 이어져 본선이 아닌 경선에서 자금이 고갈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케리 후보에게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선이 지속되면 자금이 바닥날 것은 자명한 일. 게다가 과거 미국 대선의 경험을 보더라도 치열한 예비선거를 치루게 되면 11월 ‘진검승부’에서 패배한 경우가 많다고 AP 통신은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이 길어져 인신공격까지 벌어지게 되면 공화당에게 민주당 대선후보를 공격할 좋은 소재를 발굴해주는 역효과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클라크 후보, 후보 사퇴 동참, 이제 5명 후보만 남아**
이런 민주당 지도부의 우려 속에서 클라크 후보가 사퇴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 출신인 그는 이번 남부지역 예선에서 케리 후보는 물론 에드워즈 후보에 이어 3위에 머물자 11일 고향으로 돌아가 공식적으로 후보 사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지금까지 사퇴 대열에 동참한 후보는 모두 4명으로 딕 게파트, 조 리버맨, 밥 그러함, 케롤 모슬리 브라운 등이다. 하지만 맥올리프 의장의 기준에 따르면 물러나야 할 후보들인 하워드 딘, 데니스 쿠치니치, 알 샤프턴 후보들은 이후 예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경선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역전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예비선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강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던 딘 후보는 3월 2일 슈퍼화요일로 가는 징검다리 선거로 의미가 있는 17일 위스콘신 예비선거에 전력을 쏟아 부어 왔지만 승산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에드워즈 후보도 후보 사퇴를 일축하긴 했다. 에드워즈 후보는 “자신만이 남부에서 텍사스 출신의 부시를 물리칠 후보”라며 “우리는 즉위식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치루고 있는 것이며 경선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후보, 테네시, 버지니아서 압도적 승리**
반면 케리 후보는 이번 버지니아와 테네시 예비선거에서의 승리로 민주당 대선후보로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됐다.
82명의 대의원수가 걸려있는 버지니아에서 케리 후보는 52%를 얻어 27%의 에드워즈, 9%의 클라크, 7%의 딘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테네시에서도 케리 후보는 41%의 지지를 받아 26%의 에드워즈, 23%의 클라크, 4%의 딘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지금까지 확보한 대의원수는 케리 후보가 5백16명을 차지해 1백82명을 확보한 딘 후보를 두배 이상 격차를 벌려나갔다. 에드워즈 후보는 1백65명, 클라크 후보는 1백2명을 차지했다.
***케리 후보, 남부에서의 승리로 전국적지지 확보**
케리 후보는 그동안 백인 엘리트주의 인상으로 흑인과 소수인종들에게 약점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번 남부에서의 승리로 그같은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케리 후보도 승리가 결정된 이후 “미국인들은 변화를 위해 투표하고 있다”며 “이는 동부, 서부, 북부는 물론 이제는 남부에서도 그러하다”고 이번 승리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케리 후보는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스캔들에 연루되지만 않는다면 대선후보 지명은 무난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부시 경제의 난파한 모습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며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세에만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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