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하여 야당과 일부 언론은 뉴욕 한‧미 정상회담을 '한‧미 양 정상의 동상이몽', '맹탕' 이라고 폄훼한 바 있다. 그러나 목전에 북‧미 실무협상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보여준 문 대통령의 행보는 북핵문제 해결의 방향성은 재확인하면서도 미국의 협상전략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계산된 행위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24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그동안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가 신중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행(南行) 전망은 신빙성이 있다. 향후 북·미 실무접촉 또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전망이 나오겠지만, 11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올 가능성이 크다면 그 시점에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6월 30일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극적 회동 때만 해도 9월 초에는 열릴 것 같던 북·미 실무접촉은 지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노 딜'로 끝난 2.28 하노이 회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전격 해임 후 그의 브랜드였던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이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과 완전 일치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미국 측의 북핵협상 전략이 바뀔 가능성은 커 보인다. 3차 북‧미 정상회담마저 '노 딜'로 끝나면 트럼프로선 정치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외무성 대미 라인을 총동원해 미국의 정책을 의심하거나 정책 전환을 촉구하면서도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저버리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은 가시권내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고, 북핵문제 해결 프로세스도 곧 본격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연내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이 보고 미리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를 해놓고도 이행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북핵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시작되지 못했고 유엔 대북제재 때문에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 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핵문제가 해결 프로세스를 밟을 수 있게 된다면 10~11월 두 달간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남북 합의 사안인 3대 경협 사업인 1)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공사, 2) 금강산 관광 재개, 3) 개성공단 조업 재개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사업들은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이미 합의된 경제 분야의 핵심 내용이고, 문대통령이 금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One Korea'로 나갈 수 있는 핵심 방법론으로 제시한 '평화경제 실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방미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문 대통령은 "평화도 개혁도 변화의 몸살을 겪어내야 나아진다"고 했다. 지난 정권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회를 놓치는 우거(愚擧)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시킨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한‧미‧일에 몰입되어 균형을 잃은 대외정책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시적 외교마찰(몸살)이 두려워 한반도의 평화, 남북 공동번영의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 때로는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미국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피동적으로 기다리는 자세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미 '4.27'과 '9.19'에서 합의한 3대 남북경협사업은 향후 열릴 4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준비를 끝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4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경제 실현'을 통한 한반도의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는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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